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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만화가 움직이네? ‘한 컷’ 한계 넘은 카카오웹툰

입력 | 2021-08-11 03:00:00

웹툰 주인공 주먹이 눈앞까지 ‘훅’… 카카오웹툰이 선보인 새 플랫폼
고정된 섬네일 탈피해 생동감 부여, AI 연관작품 추천 서비스도 확대
작품 개성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 이용자 상당수가 낯설어하기도
영화-드라마로 재탄생하는 웹툰… 오리지널 콘텐츠의 존재감 드러내



카카오웹툰은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듯한 섬네일을 선보였다. 요일별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2개 칸을 붙인 앵커 섬네일을 쓰고, 나머지는 회차별 업데이트 순으로 나열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웹툰은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종이 만화가 콘텐츠 시장의 강자였다면 요즘은 한국 웹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스크롤을 쓱쓱 내리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한국의 웹툰은 글로벌 콘텐츠 업계에서 매력적인 지식재산권(IP)으로 인식된다.

이런 한국 웹툰의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웹툰은 기존에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선보인 웹툰 IP를 망라한 서비스다. 티저 영상을 만들고 인공지능(AI) 무한 추천 기능을 도입해 웹툰 이용자를 늘리는 동시에 IP의 가치를 높이려 했다.

카카오웹툰이 플랫폼을 손보며 가장 힘쓴 건 ‘움직이는 섬네일’(콘텐츠를 미리 보여주는 작은 이미지)이다. 직사각형 테두리 안에 부동의 상태로 그려진 기존 방식과 다르다. 캐릭터들은 프레임을 깨고 나와 자유롭게 움직인다. 일례로 강풀의 ‘무빙’을 선택하면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김봉석이 멀리서부터 화면 가까이로 날아와 주먹을 휘두른다. IP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둬 텍스트 표현을 지양하고 비주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초기 반응은 낯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 이용자는 “디자인이 혁신적이고 세련됐다”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흥미롭다”는 리뷰를 남겼다. 하지만 산만하고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있다. 아이콘 하나하나에 움직임이 모두 들어가다 보니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 서비스를 시작한 날, 트위터에 카카오웹툰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는데 불편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유천종 카카오웹툰 디자인센터장(왼쪽)과 강석홍 카카오웹툰 제작그룹장. 약 60명이 2년에 걸쳐 만들면서 고민했던 건 용량이었다. 강 그룹장은 “한국보다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도 서비스돼야 해 모션이 많음에도 데이터 소모량을 줄이려 애썼다”고 했다. 성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플랫폼 디자인을 맡은 유천종 카카오웹툰 디자인센터장(40)은 9일 기자와 만나 “정적인 섬네일은 짧은 시간 내에 작품의 개성을 한 번에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가판대처럼 단순히 섬네일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웹툰 하나하나의 가치를 독자에게 더 어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레전드 작품’으로 꼽히는 웹툰들은 ‘IP 티저 영상’으로 마련됐다. 한 작품당 1∼3초가량의 모션이 약 10쪽에 걸쳐 소개돼 있다. 웹툰 ‘경이로운 소문’을 클릭하면 페이지마다 당장이라도 악귀를 물리치러 갈 듯 옷을 벗어던지는 카운터 ‘가모탁’, 처음 악귀를 대적한 듯 눈을 깜빡이며 놀란 듯 숨을 몰아쉬는 ‘소문’이 나타나는 식이다. 일반 작품들 또한 10초가량의 티저 영상이 순차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AI 추천 기능도 독특하다. 한 작품을 기준으로 상하좌우 스크롤을 하면 연관 작품을 끊임없이 추천해준다. 작품마다의 경계를 허무는 ‘인피니트 구조’(무한 추천구조)인데, 정보 과잉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에 유 센터장은 “전에는 단순히 원하는 작품을 보고 이탈했다면, 이제는 탐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작품들이 한 번 소비되고 잊히는 현상을 보완하고 싶었다. 작품들이 최대한 비슷한 노출 기회를 갖도록 설정했다”고 했다. 실제로 서비스를 시작한 후 1인당 열람 건수가 다음 웹툰일 때에 비해 2.5배 늘었다고 한다.

관성을 깨는 모델이다 보니 적응할 기간도, 개선할 점도 필요해 보인다. 화두는 ‘사라진 요일별 웹툰 구분’이다. 카카오웹툰은 크게 ‘웹툰 원작’과 ‘소설 원작’으로 탭을 나누고 그 아래 요일별로 웹툰을 나열했다. 하지만 요일 구분선이 명확하지 않은 건 사용자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점이다. 강석홍 카카오웹툰 제작그룹장(42)은 “기존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독자층이 겹치지 않아 탭을 나눴다. 요일별로는 여백을 두는 등 목록을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말했다.

성남=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