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여름이 온다’ 이수지 작가 148쪽 그림책… 아이 물놀이 등 담아
서울 용산구 알부스갤러리에서 5일 ‘여름이 온다’를 든 이수지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볼 때 자신만의 이야기를 채워 나가며 그 순간을 온전히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물풍선을 힘차게 던지는 아이들, 풍선이 터지며 사방으로 튀는 물방울이 경쾌하다. 검은색 강아지는 아이들 사이를 날아다니듯 달린다. 물총에 물호스까지 등장하며 놀이는 한층 격렬해진다.
그는 “비발디 협주곡 ‘사계’ 중 ‘여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3악장으로 구성된 곡과 동일하게 책도 3악장으로 구성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면 무대 위 커튼이 열리고 초록빛 벌판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물놀이가 벌어진다. 책의 앞날개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해 ‘여름’을 들으며 책장을 넘기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 거의 그림만 있고 148쪽이어서 그림책치고는 꽤 두껍지만 한바탕 같이 물놀이를 하듯 푹 젖어들어 순식간에 읽힌다.
물풍선 놀이는 색종이와 색 스프레이로, 악보와 쏟아지는 물은 색 테이프와 스티커로, 하늘로 치솟는 물줄기는 색실에 물감을 묻혀 각각 표현했다. 거침없는 자유와 싱그러움에 독자들은 “여름을 정확히 짚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예전 북토크에 한 팬이 ‘우리 수지 그리고 싶은 거 다 그려’라는 배너를 들고 온 적이 있어요. 그 응원처럼 진짜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만들었어요. 자연의 변화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는 여름처럼 제 안에서 폭발하는 자유로움을 신나게 쏟아부었죠. 행복했어요.”
장면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깨알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 검은 강아지는 이 작가가 실제 키웠던 ‘강이’다. 그림책 ‘강이’의 주인공.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는 아기는 기저귀를 차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까. 까무잡잡한 피부가 당차 보인다.
9월 19일까지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여름 협주곡’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파도야 놀자’ ‘물이 되는 꿈’까지, 이 작가의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 노트도 볼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