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국산 첫 3상… 백신 자급화 첫발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경북 안동시 안동L하우스에서 백신 연구를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첫 3상 진입은 백신 도입이 연일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국내 ‘백신 자급화’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 백신 쟁탈전 속에서 ‘백신 자체 생산국’이 되면 내년에라도 글로벌 백신 생산업체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 1상에서 높은 효과, 변이 대응이 관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GBP510)의 3상 승인을 발표하며 임상 1상에서 중화항체가 완치자 대비 5배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화항체는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다른 백신들에 비해 높은 수치다.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각각 4배와 3배 수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완치자에 비해 중화항체가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 고위 관계자는 “수십 명 단위의 1상이어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상당한 효과성을 기대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면에서도 아직까지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6월 말 임상 2상 참여자 247명에게 2차 접종을 마친 뒤 이상 반응을 추적 관찰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현재까지 주사 부위 통증, 근육통 등 일반적인 이상 사례 외엔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국내 우세종인 델타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효과다. 지금까지 임상 과정에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지난달 국제보건협력 전략 세미나에서 “프로토타입(시제품) 백신을 만들어 놓으면 변이 균주 백신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변이 백신 작업을 이미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비교 임상은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 3상은 대조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안전성과 효과성을 견주는 ‘비교 임상’으로 진행된다.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자 수만 명이 필요한 전통적인 3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비교 임상은 필요한 참여자 수가 3990명(개발 백신 3000명, 대조 백신 990명 접종)으로 줄어든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비교 임상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도하는 것이다. 올해 4월 프랑스 발네바사가 비교 임상 방식으로 3상에 돌입했다.
GBP510은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과 국제 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미국 워싱턴대 항원 디자인연구소와 공동 개발했다. 두 단체는 초기 단계부터 총 2억1370만 달러(약 2450억 원)를 지원했다. 백신이 상용화되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수억 회분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3상 결과가 나오기 전 정부가 GBP510 일정 물량을 선구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임상 2상 중간결과와 3상 성공 가능성 등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구매를 추진할 방침이다.
○ mRNA 포함 국산 7종 임상 중
SK바이오사이언스를 포함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아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 국내 제약사는 총 7곳. 이 중 큐라티스는 지난달 19일 국내 업체 중에선 최초로 ‘mRNA’ 방식의 백신으로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올해 초부터 임상 시험에 착수한 셀리드,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안에 3상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전략 보고대회에서 “한국이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 생산 5대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2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