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 News1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피해자 측 유족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012년 대법원에서 강제노동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이후 3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5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씨의 자녀들은 2017년 2월 가해행위의 불법성 정도와 망인이 입은 피해의 정도를 감안해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 부장판사는 먼저 미쓰비시 측의 ‘한국 법원은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주장에 관해 “비록 피고가 일본 법인으로 주된 사무소를 일본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일본국과 함께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행해진 불법행위지”라며 “한국은 이 사건 당사자들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고,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미쓰비시 측은 이씨의 유족들이 청구원인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아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박 부장판사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와 관련해 유족들이 권리행사가 가능한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박 부장판사는 우선 이씨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불법행위가 1945년 광복 이전에 발생했고, 유족들의 소 제기는 2017년 2월23일이 제기됐으므로 10년이 경과한 것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이 다른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2012년 5월24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관한 최종적인 해석을 판시하면서 유족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해소됐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일본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해 승인될 수 없으며, 강제노동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어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피고가 파기환송심 판결에 다시 상고해 재상고심 판결이 2018년 10월30일 선고됐지만, 대법원이 2012년 판시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는 파기환송심 및 재상고심에서 환송판결 기속력에 따라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원고들의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써 해소되었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