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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어른’ 홀로서기 돕는 희망디딤돌센터

입력 | 2021-08-11 13:25:00


“어떻게 미래를 계획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전입신고 방법부터 주택청약 드는 법까지 옆에서 세세하게 알려주는 분들이 생겨 든든합니다.”

전북에 사는 A 씨(22)는 어린시절 부모님과 헤어져 조부모님 손에 자랐다. A 씨 가정처럼 조부모 또는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아동을 위탁 양육하는 경우 지역 내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A 씨 역시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생필품 등을 지원받으며 지내왔다.

문제는 A 씨가 성인이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A 씨에 대한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지원이 끝난 것이다. 취업을 위해서 조부모님 집에서 독립한 그는 홀로 삶을 꾸려 나가기 막막했다. A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월세와 생활비는 부담스럽고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컸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큰 변화가 찾아왔다. A 씨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희망디딤돌 전북센터’에 입주하면서부터다. 깨끗한 새 집과 그를 든든하게 지켜줄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 A 씨는 “앞으로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면서 빨리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간 2500명 ‘열여덟 어른’의 홀로서기

A 씨처럼 위탁가정 또는 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청소년’은 해마다 약 2500여 명에 이른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보호 받는 이들보다 일찍 보호자의 품을 벗어나는 만큼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기 쉽다. 이에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힘을 얻어왔다.

삼성전자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는 일찍이 보호종료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4년부터 이들을 돕는 ‘희망디딤돌 사업’을 시작했다. A 씨가 입주한 희망디딤돌 전북센터도 그 사업의 일환이다. 전북센터는 전주시의 신축 오피스텔에 보호종료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원룸과 교육 공간 등을 마련해 문을 열었다. 센터는 보호종료청소년들에게 취업과 재정관리 등 생활 전반에 대한 1대1 맞춤형 관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센터는 또 아직 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는 중인 중고등학생들이 미리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김모 양(19)도 이 자립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해 큰 도움을 얻었다. 현재 보육원에 머물고 있는 김 양은 내년 보육원 퇴소를 앞두고 있다. 김 양은 자립교육 중 바리스타 체험을 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상담을 통해서 어린시절의 상처도 조금씩 돌아보게 됐다. 김 양은 “자립 준비를 통해 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희망디딤돌 센터는 부산, 대구, 강원 등 7개 지역에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와 모금회 측은 앞으로 경기도와 전남 등에 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모금회 측은 “앞으로도 보호종료청소년들의 안전한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보호종료청소년 지원 강화 움직임

보호종료청소년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이처럼 민간 뿐만 아니라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보호종료청소년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 4월부터 7월까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태조사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호가 종료되는 나이는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월 30만 원인 자립수당 지원 기간이 현재는 보호 종료 후 3년에 그치지만, 내년부터 5년으로 늘어난다. 시설에서 독립한 뒤 살 곳이 없어 불안을 겪지 않도록 주거 지원도 마련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총 2000채의 공공임대 주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들에게 공평한 출발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취업지원과 전문기술 훈련기회 등도 확대하기로 했다.

전주=김소영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