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땡깡(왼쪽), 가수 현아. 땡깡 SNS 캡처
콘텐츠 홍수 시대, 웬만해선 관심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들의 눈길까지 붙잡은 남매가 있다. 30초 짜리 영상으로. 그것도 널리고 널린 케이팝을 소재로 말이다.
틱톡과 유튜브를 주무대로 케이팝 댄스를 커버하는 크리에이터 땡깡(본명 이강빈·22)의 팔로워는 30만 명대. 초대형 유튜버는 아닌데도 스타들의 러브콜을 받는다. 비결은 단순히 춤을 따라 추는 일반 커버 영상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각 아이돌 만의 ‘디테일한 표정’과 ‘실제 무대 같은 카메라 무빙’이 주특기다. 땡깡은 가수들의 치명적인 표정이나 시선 처리 등을 그대로 따라한다. 올 2월 가수 현아의 소속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곡 ‘I’m Not Cool‘ 댄스 콜라보레이션 영상을 찍고 SNS에 올려 큰 호응을 불렀다. 이후 ITZY, 우주소녀, 오마이걸, 프로미스나인, 몬스타엑스, 전소미와도 함께 했다.
동아일보와 만난 땡깡은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방송을 모두 챙겨봤던 제겐 카메라만 없었을 뿐 춤추는 건 일상이었다”고 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그는 동생 진절미(본명 이슬빈·20)와 함께 거실에서 장기자랑을 하곤 했단다. 그러다 영상을 찍게 된 건 어머니 정순은(46) 씨의 권유 때문이었다. 정 씨는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틱톡, 유튜브라는 좋은 표현 수단이 있으니 도전해보라”고 응원했고, 남매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땡깡은 “케이팝 신곡이 나올 때마다 특정 춤 미션을 수행하는 챌린지 붐이 이는 걸 보고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댄스 커버‘라는 생각에 시도했다”고 한다.
타고난 끼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었다. 1분도 안 되는 영상을 찍기 위해 며칠에 걸쳐 2시간 이상 씩 연습하기도 한다. 가수들과 호흡을 맞출 땐 시안 영상을 만든다. 멤버 수에 맞춰 안무와 카메라 동선을 짜고, 땡깡을 기준으로 어느 타이밍에 어떤 멤버가 나타나면 될지 미리 촬영한 뒤 표기해 넘기는 식이다. “너무 떨려서 현아님을 만나곤 며칠을 앓았다”던 그들이지만 “아티스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긴장을 참고 완벽하게 준비한다. 현장에서는 2번 정도 합을 맞추고 30분간 촬영한다”고 했다.
이들은 현재 각자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활동 중이다. 전업 유튜버나 엔터테인먼트 계열로 진로를 생각 중이다. 땡깡은 틱톡커 전문 MCN(멀티채널네트워크)인 ’순이엔티‘내 올해 영입되기도 했다. 박창우 순이엔티 대표는 “숏폼 특징을 가진 MZ세대의 글로벌 플랫폼 틱톡에 최적화된 아티스트이며, 안무연출 능력이 탁월해 전 직원들이 탐냈던 크리에이터”라고 말했다.
용인=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