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생명으로]〈8〉배달 급증에 늘어나는 이륜차 사고
9일 서대문구 신촌로터리에서 배달 중인 오토바이가 정지 신호를 어긴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앞. 오후 1시 점심시간대 막바지 주문 배달에 나선 오토바이들이 분주하게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차량들이 정지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 앞에 줄줄이 멈춰 선 가운데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차량들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오더니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마주오던 자동차가 황급히 멈춰 섰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 위를 질주했다. 한 운전자는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역주행과 중앙선 침범, 정지선 위반을 한 번에 저질렀다. 인도로 올라와 인파를 요리조리 피해 주행하는 오토바이도 여러 대 보였다.
○ 교통사고 사망자 3명 중 1명은 배달노동자
서울의 경우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65명 중 24명이 배달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3명 중 1명이 배달 노동자였던 것이다.
도로에서 위험한 운행 행태를 보이는 이륜차 운전자들 중에는 음식 등을 배달하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배달기사들이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와 이용자들이 평점 리뷰 등을 통해 빠른 배달을 재촉하는 분위기가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도로 위 무법자’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김석호 연구원은 “운전자의 안전 수칙 준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지만 배달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생계형 오토바이 운전자인 만큼 빨리 배달받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륜차 운전자들의 안전 운행에 대한 엄격한 단속이 쉽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륜차는 차체가 작아 좁은 틈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고 경찰차로 막아 세우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차량 앞에 번호판이 없어 무인 카메라로 잡아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 단속 선진화 위해 공익제보단 운영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공익제보단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증가하던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공익제보단 시행 직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7, 8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 수와 부상자수는 각각 14.5%, 3% 줄었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 변종국(산업1부) 신지환(경제부) 정순구(산업2부) 이소정(사회부) 신아형(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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