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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모더나 접종자 사망’ 뒤늦게 인과성 조사

입력 | 2021-08-12 03:00:00

제주도, 20대 혈전증 검사 의뢰
질병청 “기준 부적합” 거부 뒤 숨져
의협 “행정편의적 결정” 비판




모더나 백신을 맞은 20대 여성이 혈전증 증상을 보여 질병관리청에 연관성 검사를 의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여성은 치료를 받다가 숨져 사망과 접종이 어떤 인과성이 있는지 밝혀내기 힘들어졌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2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26일 제주의 한 위탁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은 뒤 닷새 만인 같은 달 31일 혈전증 증상을 보였고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제주도는 A 씨에 대한 중증 이상반응 신고를 받고 접종 이상 반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인인 역학조사관의 의견 등을 근거로 질병청에 모두 3차례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의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주도가 검사를 의뢰할 방법을 찾는 도중 병원 치료를 받던 A 씨는 7일 숨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국에서 모더나 백신 접종 후 TTS 발생 사례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질병청에 3차례 검사를 요청했다”며 “질병청이 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이 검토했는데 검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A 씨의 경우 TTS 검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TTS는 아스트라제네카(AZ)나 얀센 백신 접종 후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주로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Z나 얀센 백신을 맞은 뒤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만 TTS 검사를 한다.

질병청 검사의뢰 기준도 △아데노벡터 백신(AZ, 얀센) 접종 후 4∼28일 이내에 TTS 의심 증상 발생 △혈소판 수가 μL당 15만 개 미만 △혈전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디-다이머(D-dimer)’ 검사 수치 상승 △영상 검사 등으로 혈전이 확인된 경우 등이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으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생긴 문제에 대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라고 정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해당 사례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에서 인과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의료진의 판단을 외면한 질병청의 형식적이고 행정편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는 자체적으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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