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 위중증 387명… 2주일새 35%↑, 장비-병상 등 여유분 급격히 줄어 전문가 “의료시스템 마지노선”… “환자 증가 장기화땐 치료 차질” 정부도 의료체계 심각성 인정… 상급종합병원 중증병상 확대 논의
주차장에 마련된 이동형 음압병상 11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이동형 음압병상이 마련됐다. 이 병원 이동형 음압병상에는 지난달 12일부터 신규 확진자 증가로 인해 다시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 해당 병상은 지난해 12월 3차 유행 당시 171병상 규모로 설치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수도권에 있는 A대학병원에서는 10일 기준 병원에 있는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 6대 중 3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쓰고 있다. 에크모란 심장과 폐 등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그 혈액을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다. 코로나19 치료에 쓰일 때는 환자 상태가 가장 심각할 때 사용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에크모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가 5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에크모를 인근 병원에서 빌려오는 방법을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노선’에 다다랐다고 진단한다.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환자 치료에 쓰이는 장비와 병상 등이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10일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 주재로 수도권 대형병원들과의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하고 중증환자 전담 병상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에크모 절반은 코로나 환자 치료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387명. 2주 전인 지난달 28일(286명)보다 약 35% 늘었다. 지난달 31일 ‘4차 유행’ 시작 이후 처음으로 300명을 넘어선 위중증 환자 수는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이대로라면 곧 400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에크모 수량을 더 구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에크모는 흉부외과 전문의 등 일부 전문 인력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수량을 더 구한다고 해도 관련 인력을 단기간에 충원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도 현 의료체계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의료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환자 수가 현재 숫자를 넘어서고 확산세가 장기화된다면 치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통제관은 “지금까지는 병상 대기하는 환자가 없었지만 600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이 계속된다면 병상 부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의 신규 확진자는 661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았다.
○ 정부, 병상 확대 위한 긴급회의 소집
입원이 가능한 중증환자 전담병상이 한 곳도 없는 지역도 있다. 10일 오후 5시 기준 대전의 중증환자 전담 병상 14개 중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한 곳도 없다. 세종도 중증환자 전담병상 4개가 전부 차 있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1, 2개월 전만 해도 중증환자 전담병상 10개 중 3개만 차 있었는데 최근 장마철에 물이 불어나듯 중환자 수가 늘어 11일에는 전체 중증환자 전담 병상이 다 찼다”고 전했다.
3차 유행 당시인 지난해 12월에도 정부는 국립대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1% 이상을 중증환자 전담병상으로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 뒤늦게 의료현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