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12일 “16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 본훈련을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한미 훈련을 안 해도 된다’던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김정은) 참수훈련을 하자”고 돌변했다. 북한이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기습 차단하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하며 군사도발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한목소리를 내야 할 외교안보 고위급 인사들이 오히려 우왕좌왕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락선 복원 이후 정부가 속도를 내려던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제동이 걸렸다.
● 훈련 이미 시작했는데 정세현 “중단 결단하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국회포럼: 강원평화자치도 한반도의 평화비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6.23/뉴스1 © News1
● 지원단체에 100억 원 지원하려던 회의 연기
통일부는 이번 주 개최할 예정이었던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교추협을 통해 대북지원단체들에게 약 1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교추협을 언제 개최한다는 계획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연기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남북 통신선 단절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선 복원 이후 북한에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던 통일부는 당초 북이 우리 제안에 호응만 하면 바로 고위급 화상회담 등으로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시작 단계인 통신부터 끊겼는데 화상 회담 얘기를 밖에 꺼내는 게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정부가 북한의 셈법에 말려 스텝이 꼬이면서 기본적인 남북 협력도 어려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