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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건보 재정 악화 위에 올린 ‘文 케어’ 사상누각

입력 | 2021-08-13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8.12 청와대사진기자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시행 결과 “지난해 말까지 3700만 명이 9조2000억 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문재인 케어의 확대를 시사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의료복지 정책인 문재인 케어는 5년간 30조6000억 원을 들여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진료에 보험을 적용한다는 목표로 2017년 8월부터 시행됐다. 그 결과 종합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7년 63.8%에서 2019년 66.7%로 올라갔다. 그만큼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보험 혜택이 급격히 늘면서 건보 재정 수지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부터 매년 흑자를 내던 건보 재정은 2018년부터 3년간 3조355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병원 이용률이 급감하지 않았다면 적자 규모에 2조4000억 원이 추가될 뻔했다. 건보 누적 적립금도 2018년 20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17조4000억 원으로 줄어들어 2024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혜택으로도 3년 후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데 문재인 케어를 확대할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는 어떻게 메울 건가.

문재인 케어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으로 보험 적용이 확대되자 경증 환자들까지 주요 대학병원들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서울 대학병원들의 분원을 유치하고 있어 지방 병원들의 줄도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한가한 의료 정책 홍보를 해야 했는지도 유감이다.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정책의 성과를 보고하면서 보완대책을 빼놓은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전 정부가 모아놓은 적립금으로 생색내다 다음 정권에 수십조 원의 건보 재정 적자를 떠안긴다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뿐이다. 코로나 이후 병원 이용률 회복과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까지 감안하면 문재인 케어를 확대할 게 아니라 비효율적인 지출 축소를 포함한 건보 재정 절감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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