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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해결 골든타임은 6개월…작은 불씨 때 진화해야

입력 | 2021-08-13 11:07:00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10>



동아일보 DB


#최악의 사례 1: 하남 아파트 살인사건


“저희 어머니가 폐암을 앓아 종일 집에 있어요. 조용히 요양해야 하는데 층간소음으로 너무 힘들어 하십니다”(아래층 30대 김씨)

“저희도 조심하고 있어요. 손자 손녀들이 잠깐 왔다가 가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 주세요. 주의를 주는데 말을 듣지 않네요”(위층 60대 장씨 부부)

“저희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편을 들겠어요. 위층과 아래층 모두 주민인데요. 죄송합니다”(아파트 관리사무소)


이런 식의 대화가 1년 이상 반복됐다. 김씨는 경찰도 구청도 경비실도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주변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김 씨는 하루 종일 집안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아픈 어머니를 볼 때마다 신경이 더 날카로워져 갔다. 2016년 7월. 그 날도 층간 소음이 심하게 났고, 아래층 김씨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현관 문이 열리자 몇 마디 말다툼이 오고 간 끝에 장씨 부부를 칼로 찌르고 말았다. 남편은 중상, 부인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층간소음을 경비실을 통해 얘기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알았다’고 대답만 해놓고 나아지지 않아 번번이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김씨가 경찰에서 한 진술이다.


#최악의 사례 2: 서울 면목동 아파트 설연휴 살인사건


604호에는 층간소음에 10년 동안 고통을 호소하던 50대 여성 김씨가 살고 있었다. 위층 704호에는 60대 부부인 박씨와 윤씨가 있었다.

그동안 김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여러 차례 위층을 직접 방문해 항의했다. 잦은 방문에 위층은 아래층 김씨가 너무 하다고 생각해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둔 2013년 2월 9일. 704호에 두 아들 부부와 손주가 왔다. 같은 시간 604호에는 김씨의 내연남 유씨가 와 있었다.

그날따라 명절 전이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그런지 쿵쿵거리는 소음이 심했다. 경비실에 이야기해도 소용없고, 이미 악감정은 쌓일대로 쌓여있었다. 윗집에 항의하러 올라가 현관문을 발로 찼다. 

위층 두 아들은 ‘명절인데 너무 한다’며 서로 고성이 오고갔다. 결국 내연남 유씨의 칼부림, 두 아들의 사망으로 이어졌다. 얼마 후 아들 잃은 부친 박씨도 마음의 고통이 더해져 사망했다.


거의 해마다 살인을 부르는 층간소음 분쟁이 일어납니다.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더라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층간소음 관련 살인 폭행 사건의 반응을 보면 ‘그 마음 이해한다’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층간소음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는 범죄. 초기에 잠재울 수 있었던 갈등이 점점 커져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악재로 번지기 전에 취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봅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내용입니다. 일부 내용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층간 소음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경험과 원만한 해법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위의 두 사례 모두 재판에서 살인자 2명은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결론이 살인이라는 극단으로 치달았을 뿐이지 사실 대한민국의 어딘가 많은 아파트 빌라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층간소음 갈등 분쟁의 패턴입니다.

위층 층간소음 발생-아래층 항의-조심하겠다는 말-반복되는 층간소음-무시당한다는 느낌 또는 보복소음-쌍방 감정 악화. 무기력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이런 사건을 귀찮게 여기는 경찰 구청.

부실, 엉터리로 설계 시공된 아파트와 빌라의 구조상 어떻게 보면 층간소음은 일정부분 공동주택의 피하기 힘든 숙명입니다. 그렇다면 그 소음 자체보다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례를 보면 오히려 피해자의 태도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한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사례입니다.

신혼 아파트로 이사 온 A씨. 오자마자 발망치 층간 소음이 들렸습니다. 일주일 뒤 윗집에 초인종을 눌렀고, 간단한 인사 후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말했습니다.

윗집 B씨는 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A씨는 층간소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하고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날에도 밤새도록 발걸음 소리에 시달렸습니다.

참다못해 다음 날 아침, 윗집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사람 소리는 들리는데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소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거나, 정부의 상담기관에 연락을 하라”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정부 상담기관은 “3개월 후에 방문 가능하고, 윗집이 상담을 응하지 않으면, 윗집을 만날 수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좌절감을 느낀 A씨는 천장을 두드리는 보복소음을 냈습니다. 윗집의 신고로 경찰이 방문을 했지만, 증거자료가 불확실해 A씨를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위층 B씨는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했는데, 아래층이 몰라주고 보복까지 하니 더욱 화가 났습니다. 이렇게 아래층, 위층 모두 스트레스가 쌓여갔습니다. 이웃들은 불안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층간소음 갈등 진행상황입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전화를 받고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실상을 파악했습니다. 가장 큰 소음원은 발걸음 소리고, 발생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전 7시 30분,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습니다. 윗집 사람이 부엌과 화장실에서 안방으로 이동하는 통로에서 발걸음 소리가 가장 많이 났습니다.

갈등의 크기에 비하면 해결방안은 비교적 단순 간단했습니다. 부엌과 통로에 매트를 설치하고 발생빈도가 많은 시간에 조금 더 조심하는 것으로 아래 위층이 협의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매트 설치하는 모습을 A씨가 위층에서 ‘직접 목격’ 했습니다. 이후 A씨의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그 날 A씨가 목격한 것은 매트뿐만 아니라 나름 노력하는 B씨의 성의였던 겁니다. 당연히 매트 설치 뒤 소음도 크게 줄어 갈등이 해결됐습니다.

양쪽 모두가 근본적으로 악한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어설픈 처방과 이에 따른 오해, 무시당한다는 감정 이런 것들이 상호 증폭돼 고함이 오고 가고, 경찰이 오고 갔던 것입니다.

층간소음 갈등의 많은 부분이 감정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8층의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던 아파트 7층 거주자 K씨는 윗집의 윗집 즉 9층이 이사 나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침 가까운 곳으로 이사 오려던 친언니에게 즉각 전화해 9층으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이후 8층에서 소리가 들리면 다음 날 바로 친언니 집으로 올라가 바닥을 굴리고 뛰었습니다. 잠시 뛰고 나면 그렇게 층간소음에 괴롭던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고 합니다.

 8층의 소음이 없어진 것도 아니지만 희한하게 해결됐습니다. 층간소음은 귀도 귀지만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귀의 불편함이 마음의 우울증으로 번지기 전에, 작은 불씨가 커져 분쟁의 불기둥으로 커지기 전에 갈등을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기간은 소음발생 및 인지 6개월 이내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사례 분석 및 도움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현 중앙 공통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서울시 층간소음갈등해결지원단 위원. 저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 ‘층간소음 예방 문화 프로젝트’ 등)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