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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권법센터 前 사무국장 “조국子, 인턴했다던 센터서 본적 없다”

입력 | 2021-08-13 21: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입시비리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8.13/뉴스1 © News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본 적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전 사무국장 노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013년 7월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이던 노 교수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 씨에게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발급해줬다. 노 교수는 법정에서 검사가 “한인섭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 이름, 소속, 활동 예정 내용이 기재된 메모지를 주며 발급을 지시한 것이 맞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노 교수는 “한 교수님이 저명한 학자여서 ‘고등학생이 교수님 연구를 돕나 보다’ 하고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서 “조 씨와 인사 한 번 해본 적이 없고 증명서 내용처럼 조 씨가 작성해 센터에 제출한 논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조 씨가 검찰 조사에서 “4~5차례 센터에 직접 나가 활동했고 논문 관련 자료를 ‘노 씨 성을 가진 분’에게 제출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이에 조 전 장관이 직접 노 교수에 대한 신문에 나서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제 아들이 2013년 7월 증인을 만나 증인이 ‘카포에이라’(브라질 전통 무술)를 배우러 브라질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기억이 난다”면서 “아들과 그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느냐”고 물었다. 노 교수는 “저를 아는 분들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수는 있지만 고등학생한테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저는 브라질에 가본 적도 없고 카포에이라가 뭔지 몰랐는데 증인을 만난 아들이 처음 가르쳐줘 알았다”면서 “아이가 키가 크고 마른 학생”이라며 기억을 되짚어줄 것을 부탁했다. 검찰은 “증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아들에게 들어야만 알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질문하는데 카포에이라는 증인의 검찰 조서에도 나오는 단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노 교수는 마지막까지 “만난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유지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2013년 한영외고 재학 중이던 아들의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인턴 활동 예정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했다. 2017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가짜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아 아들의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활용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부탁으로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해준 노 교수의 후임 사무국장 김모 씨도 13일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본인이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11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 교수는 13일 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해 조 전 장관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과 마주보고 대화를 하거나 필담을 나누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이틀 전에 선고를 받았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판을 일찍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는 오후 2시30분경 재판을 끝냈다. 조 전 장관은 법정 출석 전 “정 교수 2심 판결의 충격이 크다. 대법원에서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대해 다투겠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