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로저 올모스 지음·황지영 옮김/48쪽·1만5000원·한울림스페셜(7세 이상)
아침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소녀 루치아의 하루가 시작된다. 집을 나서기 전 루치아가 꼭 챙기는 건 흰 지팡이. 루치아는 시각장애인이다. 버스 창에 머리를 살짝 기대면 신비한 세상이 펼쳐진다. 색색의 동물들이 하늘을 날고, 발걸음을 옮길 때면 악기 소리가 들린다.
흑백의 그림은 루치아가 집을 나선 후 촉감, 냄새, 소리로 세상과 만나자 화사한 색상으로 바뀐다. 풍경은 몽환적이다. 코뿔소는 물고기 모양 비행기를 몰고, 연미복을 입은 아저씨는 커다란 입 그 자체가 얼굴이다. 루치아가 나무를 만지며 인사하면 루치아의 머리는 한가득 돋아난 잎사귀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만난 새 친구는 색색의 꽃잎을 지녔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온몸의 감각을 열어 마주한 세상은 신비롭고 흥미진진하다. 루치아처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이들과 친구가 되면, 놀라운 세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