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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멀어진 내 집 마련이 저금리·분가 탓이라는 게 말이 되나

입력 | 2021-08-14 00:00:00


국토교통부가 어제 내놓은 지난해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자기 집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은 1년 전보다 줄고,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길어졌다. 1인 가구 등이 증가해 더 많은 집이 필요해졌지만 주택 공급은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고, 소득 증가보다 집값이 빠르게 올라 집 장만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전국 비율은 2019년 61.2%에서 작년 60.6%로 감소했다. 주택난이 심한 수도권은 54.1%에서 1.1%포인트나 낮아졌다. 소득수준 중위(높은 숫자부터 한 줄로 세웠을 때 정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 중위주택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8년으로 1년 전보다 1.2년 늘었다. 전국 임차가구의 소득 중 임대료 비중도 0.5%포인트 상승했는데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전·월세 가격이 폭등한 올해에는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자가 보유율이 떨어진 원인을 “지속적 주택 공급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가구 분화 때문”이라 변명하고, 집값 및 임차료 상승은 ‘세계적 초저금리’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1인당 주거 면적이 조금 늘고,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한 가구 비중이 줄어든 걸 근거로 “주거 복지 향상에 노력한 결과 국민 주거의 질적 측면이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조금이라도 넓고 쾌적한 공공임대 주택을 많이 지어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높이는 건 중요하지만 주택정책 실패로 고통받는 다수 국민에겐 어이없는 자화자찬일 뿐이다.

게다가 최근엔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대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국 주택매매 가격이 99주 연속, 전셋값은 101주 연속 오르고 상승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수도권에선 한 주에 1억 원씩 값이 뛰는 아파트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어 시장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부가 규제혁신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꿔 주택공급에 민간이 적극 나서게 만들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