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단팥-식혜에 빠진 신세대
20년전 젤리-음료 재출시 늘어나

파리바게뜨X빙그레 비비빅 협업 신제품. 파리바게뜨 제공
대학생 이효원 씨(23·여)는 최근 들기름에 빠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한 들기름 막국수를 먹어보고 그야말로 ‘신세계’를 맛봤다. 이제 비빔밥에도 비빔국수에도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둘러먹는다. 그는 초콜릿 쿠키보다 쑥이나 흑임자 같은 전통 식재료로 만든 쿠키도 즐긴다. 이 씨는 “고소하고 정감 있는 ‘할매 푸드’가 좋다”고 말했다. 최근 ‘할매니얼’(할머니 세대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취향을 지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제품의 인기가 거세다. 오뚜기가 올 3월 경기 용인시 맛집인 ‘고기리 막국수’와 협업해 출시한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는 온라인과 라이브쇼핑 등에서 100여 차례나 ‘완판’됐다. 평상시 사려면 ‘품절’된 경우가 적지 않다. 오뚜기 관계자는 “일반 비빔국수에 비해 덜 자극적인 맛이 나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이 최근 선보인 ‘들기름·춘천식 메밀막국수’도 출시 직후 한 달여 동안 MZ세대가 전체 구매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들의 반응이 좋다.
전통음료 식혜도 MZ세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1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식혜를 구매한 고객 중 20대가 33.2%, 30대가 26%를 차지한다. 10명 중 6명이 2030세대인 셈이다. GS25는 지난해부터 ‘곰표’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한제분과 협력해 곰표 밀식혜를 선보였다. GS25 관계자는 “전통차·전통과자 등은 오히려 MZ세대가 기존의 즐겨 먹던 음식과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팥, 흑임자 같은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신제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파리바게뜨는 MZ세대를 겨냥해 1975년 빙그레에서 출시한 통단팥 아이스크림 ‘비비빅’을 응용한 제품을 내놨다. 비비빅 단팥맛과 인절미맛이 반반씩 들어간 ‘비비빅 팥절미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3일 스타벅스에서는 흑임자 크림 폼을 바닐라 라테 위에 올린 새 음료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식품뿐 아니라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도 덩달아 인기다. 11일 마켓컬리에 따르면 올해 1∼7월 레트로 식품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5% 늘었다. 그중 가장 많이 팔린 카테고리는 강냉이, 오란다 등 과자류로 334% 증가했다. 베이커리류에서는 맘모스빵(658%)을 비롯한 옛날 빵이 인기였다. 간편식 중 옛날 통닭 제품(215%)도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옛날 먹거리에 대한 MZ세대 선호도가 높아 최근 상품 구색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오래전 단종됐던 제품까지 할매니얼 품으로 귀환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추억의 젤리 ‘참새방앗간’을 약 20년 만에 재출시했다. 올 들어 24년 만에 ‘뿌요소다’를 재출시했던 팔도는 최근 라인업을 3종으로 확대했다. 오리온은 3월 ‘와클’을 15년 만에 선보여 출시 5주 만에 누적 판매량 180만 개를 달성하기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생산이 멈춘 제품을 다시 출시해 달라는 젊은 소비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