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석방 직후 집무실로 반도체 공급망 둘러싼 미중갈등 등… 207일 경영공백기간 현안 쌓여 재계 “李, 투자-M&A 성과 의지”… 연휴기간 부친 묘소 참배후 삼성 준법감시위 찾을 가능성도
수척해진 이재용… 수술후 몸무게 13kg 줄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지난해 12월 재수감 전 당시 모습(왼쪽)과 비교해 눈에 띄게 흰 머리카락이 늘고 수척해진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4월 급성충수염으로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응급수술을 받은 후 체중이 약 13kg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재용, 가석방후 곧바로 집무실로 ‘경영 복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자택이 아닌 삼성전자 서초사옥 집무실을 찾아 업무 현안을 보고받는 등 사실상 곧바로 경영에 복귀했다. 반도체, 백신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가 큰 만큼 하루빨리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를 드러낸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온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한 차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삼성 안팎에선 미국 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투자,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각 계열사 경영 현안과 백신 확보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발 빠르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메시지 등을 통해 계획을 밝히기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현장 경영도 곧 재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밀렸던 경영현안부터 챙긴 이재용… 文 “반도체-백신역할 기대”
“걱정-비난-기대 잘 듣고 있어… 열심히 하겠다” 13일 가석방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소 후 곧바로 경영에 복귀했다. 의왕=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후 서초사옥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집무실에서 1월 재수감 뒤 총 207일의 경영 공백 기간 동안의 밀린 업무 현안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바이오 등 주력 사업 부문 및 사업지원TF 등 실무 경영진도 시급한 경영 현안을 우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후 7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 직후 사회적 기대를 알고 있다고 강조한 만큼 가석방에 대한 여러 사회적 논란과 비판에 얽매이지 않고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등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이 부회장)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 등의 제약에 발목 잡히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까지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입장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종합적으로 시점을 고려해 이 부회장이 출소한 이날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한눈에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4월 급성충수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응급수술을 받은 뒤 고열 등 후유증을 겪은 탓이다. 이 부회장은 이후 몸무게가 약 13kg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건강이 안 좋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가석방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을 비롯해 경찰, 삼성노조 및 민주노총, 보수·진보단체 지지자 등 수많은 인원이 몰렸다. 이 부회장이 정문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양측 지지자들은 ‘경제를 살려 달라’ ‘가석방에 반대한다’ 등 지지와 비난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경영현안 우선순위, 취업제한 및 보호관찰, 사법 리스크 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대한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의왕=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