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스쾃 운동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근육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대한민국 1호 비뇨의학과 전문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51)는 지난해 3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체중 감량을 위해 근육을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15년 넘게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를 해왔지만 나이 들면서 찐 살이 빠지지 않았다. 의사로서 각종 질병까지 얻어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의사도 사람이다 보니 나이가 들고 나잇살도 피할 수 없었다. 그동안 일한다고 살을 빼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운동해야 했다. 그래서 병원근처 웨이트필라테스를 하는 루나짐을 찾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할 때 어깨를 올리고 근육이 긴장시키는 자세를 유지하다보니 어느 순간 거북목이 됐다. 비뇨의학과 수술은 수술 부위가 매우 좁고 로봇 수술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보는 것처럼 굽어지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목 디스크까지 발병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까지 이르렀다. 재활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 2005년쯤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유다. 건강은 유지됐지만 나이 들면서 늘어난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윤하나 교수(왼쪽)가 박루나 루나짐 대표의 지도 속에 웨이트트레이닝 백익스텐션 운동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직업상 요추 경추 디스크까지 왔지만 지금은 큰 불편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주 3회 1시간 씩 PT를 받고 집에서는 고정식자전거를 타거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근육을 키워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고 유산소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는 게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 등 에너지 소비가 늘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그는 “공복상태에서 다이어트 효과가 좋아 아침 일찍 유산소 운동을 했다. 피곤해 하지 못하면 일을 마치고 저녁에도 했다”고 했다. 조금 빠지긴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나이가 들면 다이어트 할 때는 일정 강도 이상으로 운동을 해줘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나이 들어 다이어트하기가 더 힘든 것이다.
윤하나 교수가 7월 말 열린 2021맥스큐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코리아챔피언십 대회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윤하나 교수 제공.
윤하나 교수가 7월 말 열린 2021맥스큐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코리아챔피언십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윤하나 교수 제공.
윤 교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겨울이면 꼭 마사지를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했다. 진료 보거나 수술할 때 목부터 어깨, 팔까지 테이핑을 했다. 테이핑은 근육을 잡아줘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다. 살이 빠지고 근력이 좋아지면서는 안 한다.
윤 교수는 운동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실천, 그리고 습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체육관이나 피트니스센터에 가는 게 중요합니다. 머리로는 절대 운동 못합니다. 움직여야 해요. 그리고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루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절대 건강해질 수 없습니다. 힘들어도 운동을 실천해야 익숙해집니다. 운동하기 전까지 힘들어서 그렇지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이런 쾌감을 느끼기까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윤 교수는 요즘 환자 보는 게 훨씬 편안하다. 그는 “진료가 즐거울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다. 과거엔 치료 경과 좋지 않거나 진상 환자를 만나면 짜증을 냈다. 이젠 자신감이 생겨 어떤 스트레스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고방식도 달라졌다. 50세 넘어 머슬마니아 대회에 도전했고 성과를 내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됐다. 그는 “30대가 아닌 지금 이 나이에 도전했다는 게 중요하다. 솔직히 이 나이에 몸만들기 쉽지 않았는데 해냈다. 그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 못한다. 이젠 다른 어떤 것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이젠 환자들에게도 “규칙적으로 운동 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윤하나 교수가 목과 허리, 등 등을 강화시키는 척추라인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직업상 요추 경추 디스크까지 왔지만 지금은 큰 불편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 교수는 학창 시절 겨울엔 스키를 타고 여름엔 수영을 즐길 정도로 몸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한 때 취미로 발레를 하기도 했다. 골프도 즐겼다. 그는 “승마와 검도, 종합격투기 주짓수, 스쿠버다이빙 등을 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꼭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왜 비뇨의학과를 선택했을까?
“전문의 과정을 선택할 때 교수님이 ‘우리나라에 비뇨의학과 여의사가 없는데 나온다면 이화여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어요. 그 때까지 비뇨의학과는 피부과와 함께 성병이나 조루 등을 보는 것으로 알았죠. 그런데 직접 공부해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소변이 만들어져 내려가고 모여서 몸 밖으로 나가는 모든 기관, 신장, 부신, 요관, 방광 등을 관장해요. 성적인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어요. 외과적 치료와 내과적 치료를 다 해야 해요. 연구할 분야가 다양했어요.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이화여대 출신 윤 교수는 대한민국 1호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지금은 50명에 가까운 여성 전문의가 활동하고 있다. 비뇨의학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필라테스를 하면서 코어근육이 강화되자 자신의 환자들도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필라테스 방광 건강운동을 고안하기도 했다. 2019년 이대서울병원 개원과 함께 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 강좌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아직 목표치까지 다이어트를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회 출전이란 목표를 다시 잡았다. 그는 “내년에 한 번 더 대회에 출전하고, 55세 때 그리고 65세 때 다시 도전 할 계획이다. 은퇴하기 전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도전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윤 교수에게 피트니스 대회 출전은 즐거운 도전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