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회로 나오면서 곧바로 업무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영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과 스마트폰 시장 변동에 따른 대응을 비롯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과 투자 등 고민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해결할 숙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지난 13일 일단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곧바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현안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출소를 전후로 정치권 역시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이라고 언급했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백신과 반도체 분야에서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자신의 가석방과 관련해 이 같은 주문들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으로서도 앞으로 ‘새로운 삼성’에 대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무노조 경영 마침표…단체급식 공개입찰
이 같은 상황이 고려된 듯 삼성도 최근 그동안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왔다.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이 부회장이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지킨 약속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수원·광주·구미 등의 사업장 내 사내식당 6곳의 단체급식에 대해 공개입찰을 하면서 외부 개방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체급식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웰스토리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자금조달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의 출소에 발맞춰 달라진 삼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 부회장도 앞으로 경영에 복귀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취업제한 등의 논란이 남아있지만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이 신규취업이 아닌 미등기임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법적으로 경영활동에 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숙제 산적…백신 역할론도 부각
다만 이 부회장이 풀어나갈 현안들은 만만치 않은 숙제다.
반도체 패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부문은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진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투자 가속화와 미국 기업 인텔의 반도체 기술 도전 속에 삼성전자도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에 대한 결정도 서둘러야 한다. 삼성이 미국에 20조원 규모로 건설하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 부지에 대한 결정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SDI의 미국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도 눈앞에 놓여있다.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모색할 부분이다. 2017년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뒤 삼성전자는 별다른 M&A에 나서지 못했지만 경쟁업체들은 M&A를 통해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3년 안에 M&A를 실현한다는 가정 하에 인공지능(AI)·5G·전장 등 여러 분야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치권으로부터 이어지는 ‘백신 역할론’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달 말 백신 완제품 시범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코로나 재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백신 확보에는 구멍이 난 상태다. 과거 반도체 투자를 지렛대로 이 부회장이 ‘백신 특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던 만큼 백신 확보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