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정부와 보수 진영을 싸잡아 “친일파”로 규정해 맹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사전 녹화 형식으로 기념사가 공개돼 청와대와 정부가 미리 내용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김 회장의 기념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의 경축사보다 앞서 영상으로 발표됐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촛불 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이 무너졌지만 친일 카르텔 구조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정부가 “친일파 내각”이라며 “우리 국민은 4·19로 이승만 정권을 무너트렸고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고 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 혁명으로 탄핵됐다”며 “민족 정통성의 궤도를 이탈해온 대한민국은 깨어난 국민들의 힘으로 이제 제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보수야권을 겨냥해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자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 미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겠다는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본 대한 포용을 강조했지만 김 회장은 정반대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경축식 이틀 전인 13일 김 회장 기념사를 사전 녹화했다. 김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재작년과 지난해는 청와대도 광복회장 기념사를 발표 전까지 몰랐지만 올해는 사전 녹화했고. 그로 인해 사전 유출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념사 내용에 대해선 “사전 녹화 이후 여러 곳에서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달해왔지만 수정하거나 고치진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 사전 보고는 됐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는 막무가내 기념사로 광복절 기념식을 자기 정치의 장으로 오염시킨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도 이를 지속적으로 방조하고 용인한다면 분노한 국민들이 참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