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어떻게 끌려가셨나” 묻자, 영상 속 할머니 “군인이 날 밀면서…” 여가부 산하 위안부 문제연구소, ‘영원한 증언’ 전시 11월까지 진행 ‘김학순 첫 증언 30년’ 토크콘서트… “할머니 두려워하면서도 눈 빛났다 ‘내 아픔 드러내 같은일 없길’ 밝혀”
1991년 8월 1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에서 일하던 윤영애 씨(78·당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인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할머니는 “위안부로 고통받았던 내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일본은 위안부를 끌어간 사실이 없다고 하고 우리 정부는 모르겠다고 하니 말이나 됩니까”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영원한 증언’ 전시가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진행된다. 13일 전시에 온 한 시민이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윤 씨는 자신을 찾아온 김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흰 옷을 입고 온 할머니의 눈은 동화책에 나오는 사슴 ‘밤비’의 눈과 같이 두려움이 서려 있으면서도 초롱초롱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 할머니는 윤 씨에게 “증언 권고를 받고 많이 망설였지만 스스로에게 ‘왜 모진 고통을 당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가’라고 물으니 ‘내 아픔과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 후세의 다른 여성들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17세에 강제로 끌려가 3개월 동안 피해를 당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마음이 후련하다. 나를 사용해서 이 일을 세상에 알리라”고 윤 씨에게 당부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김 할머니는 기자회견에 나가 위안부 피해를 공개 증언했다. 이를 계기로 정대협에 피해 할머니들의 신고가 물밀 듯 들어왔고 정부는 이 가운데 238명을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TV에 어떤 할머니(김학순)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김 할머니의 첫 증언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4명뿐이다. 여성가족부 등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이 피해 할머니와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최근 선보였다. 여가부 산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와 서강대 ‘영원한 증언팀’은 6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강대와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영원한 증언’ 전시를 진행한다.
서강대에서 열리는 ‘영원한 증언’ 전시
주최 측은 11월까지 시범 전시를 한 뒤 오류 등을 수정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공식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