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곳곳서 경찰과 실랑이
보수도 진보도 집회 강행 광복절 연휴 동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 명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모이는 등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15일 오전 탑골공원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가 경찰과 대치하며 “왜 길을 막느냐”고 항의하고 있다(윗쪽 사진).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인근에서는 민노총 조합원 200여 명이 10여 m씩 간격을 띄운 채 집단 ‘1인 시위’를 했다(아래쪽 사진). 박영대 sannae@donga.com·이소정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가 광복절 연휴 동안 서울 도심에서 수백 명이 모이는 불법 집회를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1인 시위’ 형태로 200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서울 중구와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차벽’을 세워 대규모 집결을 차단했지만 시위대는 봉쇄망이 느슨한 곳을 찾아 집회를 강행했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 국민혁명당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1인 걷기 행사’에 참여한 회원 2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2m 이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은 채 다닥다닥 무리를 지어 있었다. 일부 참가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확성기로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수차례 해산명령을 했지만 집회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들 중 10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45분경 종로구 낙원동 일대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30분간 대치하기도 했다. 10여 명은 경찰을 몸으로 밀치며 “집회 자유가 있는데 왜 길을 가로막느냐”, “정치 방역을 중단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시위대는 14일 서울 중구와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세워진 차벽과 임시검문소에 가로막혀 결집 자체를 차단당하자 광복절 당일에는 봉쇄망이 느슨한 종로3가 일대로 모였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원래 1인 걷기 대회에 참여하려고 나온 시민들이 오히려 경찰에 가로막혀서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극기를 들고 걷기만 하는 것도 죄가 되느냐.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광화문에 집결하겠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1인 걷기 대회라고 하지만 언제라도 다수가 집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상당수가 5, 6명씩 무리를 지어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는 방역수칙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강행한 국민혁명당 등을 상대로 현장 채증자료 등을 토대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14일 중구의 한 호텔 앞에서 경찰관을 펜스로 내리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50대 참가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5일에도 중구와 종로구 일대에서 집회 참가자 2명이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다.
민노총은 14일 오후 4시경부터 1시간 반 동안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한미전쟁연습 중단 1인 시위’를 했다. 1인 시위 형태를 띠긴 했지만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부터 홍제동 일대까지 10∼70m 간격을 띄우고 200여 명이 모여 ‘변칙 집회’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가 광복절 연휴 동안 서울 전역에서 1인 시위를 제외한 2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하자 거리만 띄운 채 집단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총 1인 시위의 경우 수십 m 거리 두기가 이뤄졌고, 경찰의 통제에 따랐다”며 “불법 집회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 등 도심을 찾은 시민들은 경찰의 삼엄한 통제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장모 씨(24)는 “평소 같으면 2분 걸릴 거리를 20분이나 걸려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한 시민은 “이쪽으론 못 간다”며 경찰이 막아서자 “반대쪽 인도에서도 막혀서 여기로 건너왔는데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