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실 확충, 목표의 33% 그쳐… 사업완료 시기도 1년 6개월 미뤄 전문병원 예산 집행률 11% 불과, 어제 1817명 확진… 일요일 최다 제주, 18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
수도권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이 있는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올해 국가지정 음압병실 83개를 확충하기로 했지만 7월 말까지 27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 DB
음압병실 찔끔 늘리고 전문병원 문도 못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이 됐지만 주요 감염병 대책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코로나19 1차 유행부터 추진된 ‘국가지정 음압병실 확충’은 30%대에 그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빨라야 2024년에 처음 문을 연다. 유행 때마다 장밋빛 대책이 쏟아졌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위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15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300억 원을 투입해 올해 초까지 국가지정 음압병실을 83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7월 말까지 완공된 음압병실은 27개(33%)에 불과하다. 사업 완료 시기도 내년 하반기(7∼12월)로 미뤄졌다. 전국에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 7곳을 설립하는 사업은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11%에 그쳤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지만 임기 내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유행 장기화로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13일 민간병원에 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한 ‘동원령’을 내린 것이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치료 현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가철 여파에다 광복절 연휴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앞으로 1, 2주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5일 “단기간에 유행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방역전략 전환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장기적 대응전략도 미리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독]文정부 국정과제 ‘감염병 전문병원 7곳’…한곳도 완공 안돼
정부 감염병 대책 실행 지지부진“3차 유행 때 그렇게 당했으면 4차 유행을 대비해 다른 계획을 준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환자가 더 늘면 그때 또 병상을 더 늘려 달라고 할 건가요?”(수도권 A상급종합병원 원장)
○ 음압병실 확충은 목표의 3분의 1
하지만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충된 음압병실은 6개 병원의 27개뿐이다. 목표한 음압병실의 33%다. 병원 5곳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예상 사업 완료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통상 일반병실을 음압병실로 개조하는 사업은 설계에 4개월, 공사에 3개월가량 걸린다. 공사 중엔 병동을 비워야 한다. 사업에 참여한 비수도권 B병원 관계자는 “수도권 환자까지 우리 지역으로 밀려드는 상황에서 병동을 비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 ‘감염병 컨트롤타워’도 지지부진
질병청 관계자는 “병원 땅 사용 등의 행정절차가 복잡한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업을) 시작한 면이 있다”며 “권역별 예산이 확정돼야 대상 병원을 선정할 수 있는데, 예산이 조금씩 나뉘어 내려오다 보니 대상 선정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은 지난 정부에서도 준비하던 사업”이라며 “정부가 ‘원 팀’이 돼야 하는데,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의 미온적 대응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명희 의원은 “코로나 이후 다른 감염병 사태를 대비해서라도 공중보건의료 체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