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각국들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 공관을 폐쇄하고 인력을 철수시키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 공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15일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평소처럼 차분하게 일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탈레반과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러시아는 탈레반이 이슬람국가(IS)보다는 낫다고 보고 있다. 자미르 카불로프 아프간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는 최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더 위험한 지하드(성전) 단체를 소탕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외세를 몰아내고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이고 ‘테러 수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은 최근 중앙아시아를 넘보지 않겠다고 러시아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미국이 떠난 아프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아스판디아르 미르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센터 연구원은 “러시아는 미국이 후원하는 정권이 뒷마당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아르카디 두브노프는 “아프간 상황으로 잠재적 위험에 놓인 중앙아시아 국가에게 러시아는 자신들만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소련은 아프간 공산정권과 무장 게릴라 무자헤딘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1979년 12월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무자헤딘에 패해 1989년 철수한 바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