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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과 회의하는 현지 대사에 우방국 “공항 가라”…긴박한 아프간

입력 | 2021-08-16 20:22:00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가운데 현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화상회의를 하던 현지 대사에게 “빨리 공항으로 가라”는 연락이 오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정 장관 주재로 주 아프가니스탄 대사관과 화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중 현지 대사가 멈칫 하더니 ‘우방국으로부터 빨리 카불 공항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일단 빠질 수 있는 것은 다 빼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사관 인원 철수 작업이 한층 빨라졌다.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미국과 맺은 업무협약(MOU)에 따라 미군 자산을 활용해 철수하고 있다. 대사관은 올 상반기 유사시 현지 미군 헬기 등 군 자산으로 제3국으로 철수한다는 협약을 맺었고 이번에 효과를 봤다.

외교부는 철수 시점이 이정도로 빨리질 줄은 예상 못했다고 털어놨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지난주까지 미국 군당국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3개월을 더 버틸 것으로 예상했지만 1주일 만에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탈레반이 검문소를 세워서 거동 수상자를 심문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날에는 두바이 발 민항기가 아프가니스탄에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독일 정부는 자국 대사관 철수 때 카불 공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불 공항 중 군 이동을 위한 구역만 미군에 의해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수도 카불을 비롯해 주요 거점도시를 한동안 지켜낼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미군이나 나토군의 우수한 무기를 제공 받아 전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탈레반이 심리전을 벌이면서 정부군 일반 병사들이 도주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작전 능력이 뛰어나고 급여도 많은 아프가니스탄 특수군에 비해 일반 병사들은 항전할 의지가 약했다는 게 외교부의 평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