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출처 @CastleFranchico 트위터.
‘미국 공군(U.S. AIR FORCE)’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가 이륙 중인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동체 외벽에 매달렸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을 더 태우지 않을까’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수백 명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앞쪽과 옆쪽에서 나란히 달렸다. 미군 아파치 헬기는 이들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활주로로 급강하했다.
15, 16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모습은 탈레반이 점령한 수도를 탈출하려는 이들이 끝없이 밀려들며 지옥도를 방불케했다. 고함과 비명, 총성이 가득한 어둑한 공항을 아이를 들쳐 멘 어머니와 아내를 감싸 안은 남편이 뛰었다. 수천 명이 이리 저리 뛰면서 공항은 아수라장이 됐고, 사람들은 오지 않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절망과 슬픔과 공포의 현장”이라고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이륙한 비행기에서 물체 2개가 떨어지는 장면도 담겼다. 영상에는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붙잡고 있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람이 적어도 2명”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앞서 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사람들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비행기가 미군 수송기인지, 물체가 사람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출처 @MarwadiClub 트위터.
16일 공항 당국은 민항기가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터키항공 보잉777기가 이날 오후 1시 15분 카불 공항을 출발했고, C-17 수송기 등 미 군용기가 여러 대 이륙했다고 미 CNN은 보도했다. 밴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L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부 영국인을 탈출시키는데 실패했다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CNN은 전했다.
탈레반은 공항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탈레반은 “민간인에게 복수는 없을 것”이라며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이나 국제 NGO단체에 협력한 이들이 적지 않아 탈레반에 처단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