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주인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이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오른쪽)을 비판하기 위해 올린 영문 트윗. ‘반역자’ ‘사기꾼’ 등 격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사진 출처 주인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트위터
“알라가 반역자를 처벌할 것이다. 그의 유산은 우리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당일 해외 도피를 선택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72)에 대한 국민 공분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부터 집권 중인 그는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가시화하자 곧바로 대통령궁을 떠나 큰 충격을 안겼다.
주(駐)인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은 16일 트위터에 가니를 격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대사관 측은 트윗에서 “가니가 나라를 망쳐놓고 사기꾼 부하들과 함께 도망쳤다. 이런 자를 위해 일한 우리 모두 수치심에 떨고 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알자지라는 현재 그가 부인, 측근과 함께 이웃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다고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도피가 더 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자신에 대한 공격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머물렀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애국자가 숨지고 카불 또한 망가졌을 것이란 궤변이다. 2014년부터 7년간 대통령을 지낸 최고권력자의 믿을 수 없는 처신에 많은 사람이 큰 실망을 표하고 있다.
1949년 동부 로하르에서 태어난 가니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문화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존스홉킨스대, 캘리포니아버클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세계은행에서도 근무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몰아내자 2002년 귀국해 정계에 입문했고 외무장관 등을 지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총장으로 뽑혔던 2006년에는 사무총장 선거 출마 의사도 밝혔다.
그는 2014년 대통령에 올랐고 5년 후 재선에 성공했지만 아프간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종족 갈등 등을 수습하지 못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와 대선에서 경쟁했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가니의 해외도피 직후 곧바로 그를 ‘전 대통령’으로 칭하며 “신이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것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