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 ‘대사관 철수작전’과 비교돼 탈레반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견제 아프간 거점 중앙亞 세 확산 의도
서방 각국이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 공관을 폐쇄하고 인력을 철수시키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공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러시아는 일찍부터 탈레반과 공식 교섭한 나라 중 하나다. 2018년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평화협상을 처음으로 주선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이슬람국가(IS)보다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미르 카불로프 아프간 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는 최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더 위험한 지하드(성전) 단체를 소탕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최근 중앙아시아를 넘보지 않겠다고 러시아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아프간에서 여전히 상당한 수의 대원을 유지하고 있는 IS는 미군 철수 뒤 아프간을 거점으로 중앙아시아로 세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러시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에 IS나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가 흘러드는 것을 탈레반을 통해 억제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탈레반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이 떠난 아프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아르카디 두브노프는 “아프간 상황으로 잠재적 위험에 놓인 중앙아시아 국가에 러시아는 자신들만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소련은 아프간 공산정권과 무장 게릴라 무자헤딘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1979년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무자헤딘에 패해 1989년 철수한 바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데 우리는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관은 정상 운영 중이며 대사 등 외교관들도 자리를 지키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면담을 가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