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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상관, 女중사에 ‘기무사 인맥 통해 힘들게 할수있다’며 협박”

입력 | 2021-08-17 03:00:00

해군 성추행 2차가해 잇단 의혹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 2021.8.13/뉴스1 © News1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사흘 만인 12일 숨진 채 발견된 해군 A 중사의 부대 내 한 상관이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인맥을 내세워 A 중사를 협박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성추행 당일 부대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던 A 중사가 77일 후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이런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A 중사가 성추행 신고 뒤에도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나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즉각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 피해 뒤 사망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17일 A 중사 사망 관련 긴급 임시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 장관과 부 총장에게 이런 의혹들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 “진급 매개로 치졸한 협박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상관이) ‘고과점수를 안 줄 수 있다’ ‘내가 기무사 네트워크가 있어 너를 힘들게 할 수 있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A 중사 사망 당일 유족을 만난 하 의원은 “이미 구속된 가해자(B 상사) 말고 그 이상의 상관이 ‘덮고 가자. 진급 문제가 있지 않냐’ 이렇게 회유성 협박을 계속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5월 24일 인천 옹진군의 한 섬 부대에 자원한 A 중사는 올해 말 상사 진급평가를 앞두고 있었다. 부임 사흘 뒤 B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두 달여간 정식 신고를 하지 않았던 A 중사는 사망 9일 전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신고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A 중사는 부모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이날 “유족도 그 (성추행) 상황을 알았는데 딸을 이해했다. 딸이 진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참겠다고 한 것”이라며 “2차 가해가 심각하니까 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급을 매개로 치졸한 협박을 한 것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해군은 A 중사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신고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A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 성폭력 사건 민감 시기에 ‘총장 보고 공백’

성추행 사건 수사가 9일 시작됐지만 부 총장은 이틀 뒤인 11일 오전 9시에야 해군본부 군사경찰로부터 이를 보고받았다.

군 내부에선 9일 2함대사령관 등이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총장 보고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당일 피해자, 가해자 분리가 이뤄졌고 A 중사가 섬에서 떠나기 전부터 성고충상담관의 긴급심리상담이 시작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음에도 총장 보고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해군은 “신고 당시엔 참모 보고 사안이었다”고 했지만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에서도 공군참모총장, 장관 ‘늑장 보고’가 질타를 받은 만큼 군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국회 국방위 여당 관계자는 “군의 명령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심각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사건으로 군이 자체적으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더욱 명확해졌다”며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 약속 무엇 하나 지키지 못한 서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