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성추행 2차가해 잇단 의혹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 2021.8.13/뉴스1 © News1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사흘 만인 12일 숨진 채 발견된 해군 A 중사의 부대 내 한 상관이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인맥을 내세워 A 중사를 협박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성추행 당일 부대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던 A 중사가 77일 후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이런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A 중사가 성추행 신고 뒤에도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나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즉각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 피해 뒤 사망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17일 A 중사 사망 관련 긴급 임시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 장관과 부 총장에게 이런 의혹들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 “진급 매개로 치졸한 협박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족 측 설명에 따르면 (상관이) ‘고과점수를 안 줄 수 있다’ ‘내가 기무사 네트워크가 있어 너를 힘들게 할 수 있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A 중사 사망 당일 유족을 만난 하 의원은 “이미 구속된 가해자(B 상사) 말고 그 이상의 상관이 ‘덮고 가자. 진급 문제가 있지 않냐’ 이렇게 회유성 협박을 계속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하 의원은 이날 “유족도 그 (성추행) 상황을 알았는데 딸을 이해했다. 딸이 진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참겠다고 한 것”이라며 “2차 가해가 심각하니까 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급을 매개로 치졸한 협박을 한 것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해군은 A 중사가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신고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A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 성폭력 사건 민감 시기에 ‘총장 보고 공백’
성추행 사건 수사가 9일 시작됐지만 부 총장은 이틀 뒤인 11일 오전 9시에야 해군본부 군사경찰로부터 이를 보고받았다.
군 내부에선 9일 2함대사령관 등이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총장 보고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당일 피해자, 가해자 분리가 이뤄졌고 A 중사가 섬에서 떠나기 전부터 성고충상담관의 긴급심리상담이 시작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음에도 총장 보고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해군은 “신고 당시엔 참모 보고 사안이었다”고 했지만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에서도 공군참모총장, 장관 ‘늑장 보고’가 질타를 받은 만큼 군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