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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美軍수송기에 매달려… 총성-비명 생지옥

입력 | 2021-08-17 03:00:00

아프간 카불 ‘필사의 탈출’… 탈레반 피해 시민 수천명 몰려들어
미군 경고 사격… 외신 “5명 사망”, 데일리메일 “美군용기서 3명 추락”
아프간 정부군, 군용기 몰고 탈출, 우즈베크 “영공 침범해 격추했다”




수송기 날개에 올라타는 시민들 1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려는 미군 수송기에 어떻게든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활주로 위에서 무작정 달리고 있다(위쪽 사진). 이 중 일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 날개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포착 됐다(아래쪽 사진). 소셜미디어에는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비행기 날개와 트랩 등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미국 공군(U.S.AIR FORCE)’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C-17 수송기가 이륙 중인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체 외벽에 매달렸다. ‘혹시라도 비행기가 멈추고 사람을 더 태우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수백 명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앞쪽과 옆쪽에서 나란히 달렸다. 미군 아파치 헬기는 이들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활주로로 급강하했다.

영상출처 @CastleFranchico 트위터.

15, 16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모습은 탈레반이 점령한 수도를 탈출하려는 이들이 끝없이 밀려들며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 고함과 비명, 총성이 가득한 어둑한 공항을 아이를 둘러멘 어머니와 아내를 감싸 안은 남편이 뛰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절망과 슬픔과 공포의 현장”이라고 했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아프간을 탈출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사람이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탈레반을 피해 카불에서 탈출한 60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시민들. 트위터

이륙한 비행기에서 물체 2개가 떨어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주민들이 건물 옥상에 놓인 시신을 수습하는 영상도 트위터를 통해 올라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6일 “아프간 피란민 3명이 미 군용기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했다. 앞서 이륙하는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사람들이 추락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엔 종일 총성이 들렸다고 CNN은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트위터에는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당시 미군이 사이공을 떠날 때 벌어진 ‘필사의 탈출’ 모습과 꼭 같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공항과 달리 시민들이 빠져나간 카불 도심은 유령도시가 됐다고 BBC는 전했다.

영상출처 @MarwadiClub 트위터.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대사관 직원을 대피시키는 가운데 혼란 속에서 5명이 사망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16일 전했다. 미 관리는 “미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을 철수시킬 예정이던 군용기에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을 막는 과정에서 미군이 공중에 발포했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이들이 총에 맞았는지, 군중에게 깔려 죽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적어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출발한 수송기 C-17 내부의 모습. 트위터

우즈베키스탄 국방부는 16일 국경을 넘은 아프간 군용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간 군용기가 불법적으로 영공을 침범했다고 했다. 탑승 인원과 생존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점령을 피해 군용기를 몰고 타국으로 탈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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