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홍보대사 후랭키 배 화백
이달 9일 서울 강남구 메타박스 갤러리에서 만난 후랭키 배 화백. 그는 후원을 결심한 동기에 대해 “아이들이 손 흔드는 모습만 봐도 가슴 벅찬 감동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제공
“제 작품을 통해 마련한 후원금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 아트 거장인 후랭키 배 화백(63)은 17일 국제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며 후원 동기를 설명했다. 월드비전은 ‘후랭키 펀드’를 만들어 전 세계 취약 아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 “미술로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다”
후랭키 화백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디지털 예술 분야 대표 작가다. 지난달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경매에서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리즈 작품이 505만 달러(약 59억 원)에 낙찰돼 주목을 받았다. 한국 작가의 NFT 작품 중 최고가다. 2019년에는 한 백화점에서 작품 5점이 총 5000만 달러(약 587억 원)에 판매될 정도로 미술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후원이 어떤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소신도 확고하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동 한 명, 한 명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랭키 화백은 “월드비전과 함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문제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태일 헌정화, NFT 경매… 끊임없는 도전
후랭키 화백의 작품 ‘hoo2102201725’. 월드비전 제공
작가로서 새로운 시도도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작품 하나를 1500개 NFT로 분할해 거래하는 NFT 작품 특별전을 열었다. 미술품의 디지털 복제가 무한대로 가능한 시대에 작품 거래를 투명하게 만들어 작가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다. 미술품 마니아들도 원본과 동일한 작품을 손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예술의 문호를 넓힌 셈이다. 고유 토큰(번호)은 다르지만 원본의 고유성은 인정받는다.
후랭키 화백은 전태일 50주기 기념화도 NFT로 등록해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다. 후랭키 화백은 “예술의 근본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