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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언론 “우린 아프간처럼 안될 능력 있나”

입력 | 2021-08-18 03:00:00

[탈레반, 아프간 점령]
“美, 1979년 中수교때 대만 버려
전쟁때 군대 보내준다는 약속 없어”
中 “오늘은 카불, 내일은 대만” 조롱



차이잉원 대만 총통. 뉴시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빠르게 장악하자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압박을 받는 대만에서 “우리는 아프간처럼 매도되지 않을 능력이 있나”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대만 언론 롄허보는 사설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성급한 철수가 아프간 대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미국이 중국 견제의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만은 아프간처럼 버려지지 않을 자주적 능력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서둘러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는 이런 관료가 과연 없을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의 연구기관 쑨원학교의 장야중(張亞中) 교장도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대만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며 “미국은 자국의 핵심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대만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만 스스로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의 한 지방 매체는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미 대만을 한 번 버린 전력이 있다”면서 “또다시 버리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사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만 팔고 있을 뿐 전쟁 발발 시 군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도 “대만은 아프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환추시보는 17일 사설에서 “미국이 카불 정권을 버린 것은 아시아 일부 지역, 특히 대만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대만의 운명에 대한 모종의 전조인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이어 대만의 일부 인사가 “대만과 아프간은 다르며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일축했다. 이 신문은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대만의 방어는 몇 시간 만에 무너지고 미군의 지원은 오지 않아 대만은 항복할 수밖에 없으며 고관들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추시보는 전날에는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도시들을 언급하며 “어제는 사이공(베트남), 오늘은 카불(아프가니스탄), 내일은 타이베이(대만)가 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