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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난민구출 작전, 난항 예고…검문소 통과 등 장애물 산적

입력 | 2021-08-18 12:59: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위험해 처한 수천 명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을 대피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의 아프간 함락이라는 냉혹한 현실로 대피 작업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만2000명의 특별이민비자(SIV) 프로그램 신청자와 그들의 가족,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카불에 6000명의 미군을 배치하면 하루에 5000~9000명을 수송기로 이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탈출을 돕기 위해 카불에 배치된 미군은 4000명이다.

하지만 미 정부 당국자들과 난민 단체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당초 대피 작전의 목표치로 내세운 숫자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SIV 절차를 적용받는 아프간인을 대피시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일이 100% 정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2만2000명이라는 숫자는 좋은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부 아프간 국민이 조국에 대한 희망을 갖고 더 일찍 떠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아프간인이 카불 도착과 탈레반 검문 통과라는 장애물을 통과해야 겨우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난민인권보호기구인 월드 릴리프의 제니 양 수석 부사장은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아프간인이 출국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터교 이민난민국의 크리쉬 오마라 비냐라자 회장은 “지난 몇 달 동안 미 정부의 통역, 번역사로 일한 아프간인들이 살해됐다”며 “이는 아프간인이 필사적으로 미국으로 피신하지 않았다는 발언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전시동맹연합(AWA)의 설립자인 킴 스태피에리는 “탈레반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설령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다고 해도 수송기가 무사히 이륙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전날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 수많은 인파가 수송기에 매달리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5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날씨가 수송기 이륙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미국에 도착한 이후 난민 수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 기준 미국에 도착한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버지니아주 소재 미군 기지 단 한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당국자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여러 미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해야 하지만 지난 15일까지 이 같은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현재 난민 단체들은 SIV 프로그램 신청자와 그들의 가족 등 최소 8만 명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의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아프간 난민 유입이 불러올 정치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난민들을 제3국으로 보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까지 미군은 3200명을 아프간에서 탈출시켰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AFP통신에 이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늘에만 13편의 항공편을 타고 약 1100명의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그 가족들이 대피했다”며 “이제 흐름을 정립한 이상, 이 숫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대피한 3200명 중 2000명은 SIV를 신청한 아프간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