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은행들에 있는 탈레반의 자금 수십 억 달러를 동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 같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에는 국무부와 백악관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행정부 관리는 “아프간 정부가 미국에 갖고 있는 어떤 자산도 탈레반이 가져가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WP에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 같은 사실과 함께 재무부가 뉴욕연방준비은행에서 아프간에 보내는 현금 수송도 긴급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이 아프간군에 지급하는 연간 30억 달러의 지원도 끊길 수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자금은 아프간군이 인권과 여성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민간 정부에 의해 통솔되고 있다는 게 확인될 때만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세계적인 빈국 중 하나인 아프간이 미국의 제재로 더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는 아프간 국민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어렵게 할 여지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성명에서 “우리는 아프간 국민을 계속 지지할 것이다. 우리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이끌겠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동결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탈레반에게 미국이 당신과 아프간 경제를 파괴하고 싶다고 말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