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인 17일 미 의회가 아프간 철군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집권 여당 민주당이 이끄는 상임위원회가 자기당 소속인 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 철군에 대한 ‘초당적 분노’로 의회가 단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원회, 외교위, 군사위는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세 곳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은 곳이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 벌어진 정책과 정보 실패의 끔찍한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결함투성이의 계획을 진행하면서 성급한 철군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청문회를 예고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도 “미국이 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했는지 필요한 것은 묻겠다”고 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상황을 “행정부의 정보, 외교 실패에 따른 혼란”이라고 지적하며 “군대를 뺄 때 정부의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이 올 여름부터 아프간 함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철군 일정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NYT는 17일 전현직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정보기관은 7월부터 카불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맞서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관적인 내용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탈레반이 도시를 점령하면 순식간에 아프간 정부와 정부군이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탈레반의 공격에 대처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철군과 관련한 행정부의 주요 결정은 7월 전에 이미 내려졌다면서 그전까지는 정보기관이 ‘아프간 정부가 적어도 2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의회 조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직면하는 중대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수행한 최장기간 전쟁에서의 출구 전략 혼돈으로 초당적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