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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탄소 선박 개발” 현대重, 수소 추진선 등 7600억 투자

입력 | 2021-08-19 03:00:00

포스트 LNG 추진선 시대 대비
조선 3사, 친환경선박 개발 박차
암모니아선 2024년 상용화 목표
수소선박은 국제표준 제정 앞장




캐나다 선사인 시스팬은 최근 국내 한 조선소에 발주한 10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선 가운데 절반을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암모니아 레디’ 탱크 설계 변경을 요청했다. 세계 4위 철광석 업체인 호주 FMG는 올 초 LNG 추진 벌크선 10척 입찰을 냈다가 “(LNG 대신) 암모니아 추진선에 집중하겠다”며 2개월 만에 취소했다.

세계 선박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현대중공업 등의 수소, 암모니아 선박 개발에 세계 조선사 및 해운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친환경 연료 전환을 놓고 한국 조선업계가 ‘포스트 LNG’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2.5%(연간 약 10억 t)를 차지한다. LNG는 벙커C유보다 탄소 배출이 20∼25% 적어 이제까지 친환경 연료로 꼽혀 왔다. 하지만 LNG만으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맞추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국이 독보적인 LNG 선박 기술을 보유했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에서 수주된 5만 DWT(재화중량톤수)급 중형 선박 이상 LNG 추진선은 벌크선을 포함해 81척으로, 이 중 한국과 중국은 각각 39척씩 수주를 양분했다. 한국은 2018년 LNG 추진선 수주를 싹쓸이했지만 19척 수주에 그친 지난해에는 중국(52척)에 뒤졌다.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 추격을 따돌리면서 엄격해진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차세대 연료 선박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IMO는 2025년까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이상, 2050년까지 7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4월 보고서에서 “LNG에 대한 투자는 막다른 길이고 탈탄소 전환을 늦출 것”이라며 LNG의 한계를 지적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LNG 대신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 추진을 공식화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탄소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연료 등 무(無)탄소 선박 개발에 나섰다. 실속도 챙길 수 있다. 암모니아나 수소 연료 관련 신기술은 아직 상용화 전이라 국내 업체들이 선점해 실적을 쌓으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LNG선은 핵심기술인 화물창 특허를 가진 프랑스 GTT가 한 척당 100억 원의 로열티를 가져갔다.

현대중공업은 기업공개(IPO)로 1조 원을 조달해 7578억 원을 수소 인프라, 무인 자율운항 선박 개발 등에 투자한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각각 722억 원, 502억 원을 기술 투자했다. 수소 추진선은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이 40% 이상 높고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선박의 대표 주자로 평가된다. 수소로 가는 중간단계인 암모니아 역시 탄소 배출이 없고 공급 안정성, 보관 운송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무탄소 연료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수소는 LNG보다 낮은 영하 253도 이하를 유지할 수 있는 극저온 저장탱크 기술이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독성과 부식을 막는 기술이 필수다. 국내 조선3사는 암모니아의 경우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 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선급과 수소선박 국제표준 개발을 이제 시작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연료 전환 시점과 종류는 해운사들의 전략과 관련 인프라 준비, 글로벌 에너지 수요 등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발주 후 20, 30년 사용하는 선박 수명상 확실한 게임체인저 연료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과도기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