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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윤석열 ‘돌고래 대접’은 공정한가

입력 | 2021-08-19 00:00:00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다르다” 주장에
당 대표-예비후보 다투는 국민의힘
당내 검증·토론으로 경쟁력 못 키우면
정권교체 실패해 역사에 죄가 될 것



사진 뉴스1


18일 국민의힘 예비경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면 볼만했을 것이다. 윤석열 예비후보 측 입장 차이 등으로 취소됐다지만 안 나와도 괜찮았다. 12명 주자 중 한두 명쯤 빠져도 열 명이 넘는다. 정권교체 희망이 안 보이던 제1야당에 대통령감 풍년이 들었음을 국민 앞에, 그것도 한목에 보여준다는 의의는 작지 않다. 윤석열만 ‘쫄보’ 된 느낌이다.

국민의힘에선 누가 먼저, 더 잘못했느냐를 놓고 연일 콩가루를 날리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부터 윤석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등 따지고 들자면, 대선에서 질 때까지 물고 뜯어도 끝나지 않을 성싶다. 어제 의총에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이 대표를 흔들지 말아 달라”고 하자 성토가 터지는 모습은 거의 도로한국당이었다.

암만 돌려 말해도 핵심은 야권 지지율 1위이자 후발 당원인 윤석열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의 문제다. 어제 국회부의장으로 추대된 정진석 의원은 이달 초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조건이 다르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윤석열은 돌고래인데 젊은 당 대표는 가두리 양식장 지킴이고 나머지 주자들은 멸치나 고등어로 보이는 모양이다. 야권 지지층 중에는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며 왜 1위 주자를 흔드냐는 ‘윤파’도 적지 않다.

불온한 조짐이다. 현재 윤석열 지지율이 높다고 같은 당 후보들을 멸치 고등어로 보는 캠프라면, 지지율 40% 문재인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나 내로남불은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된대도 지금 같은 불통의 ‘청와대 정부’를 만들까 겁난다. 무엇보다 윤석열이 출마선언 때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

더 위험한 건 돌고래 다칠까 두려워 수족관 내부에서 싸고도는 권위주의적 행태다. 문 정권의 ‘문파 전체주의’도 끔찍한데 묻지 마 지지를 요구하는 윤파 밑에 또 살 순 없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47%의 여론(갤럽 8월 첫째 주 조사) 속에는 마음 놓고 윤석열을 지지하기 어려운 찜찜함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최근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이 출간한 ‘윤석열과 검찰개혁’ 책에는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윤석열은 문제가 많은 축에 속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두 달 전 다시 불거진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한 예다. 윤석열 장모 측 변호사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명확히 설명된 내용을 재탕 삼탕한 것”이라며 이미 특혜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그렇지 않다. 윤석열은 어떤 설명도,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 2년 전 청문회에선 집권당이 기를 쓰고 감싸는 바람에 제대로 검증도 하지 못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2013년 후보자의 배우자 주식 매수 관련 서면답변에선 공모절차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 자료를 다 검색해도 공모에 대한 공시는 전혀 없다”고 했을 정도다.

2013년이면 윤석열이 결혼한 이후다. ‘쥴리 의혹’에 대해선 결혼 전 일이어서 알 필요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결혼 뒤는 다르다. 그의 장모가 2013년 요양병원을 불법 설립했고,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것도 불편하다. 사위도 자식이어서다.

물론 윤석열은 대변인실을 통해 “누누이 강조해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적 문법을 모르는 검찰총장 출신이라 해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송구하다” 한마디는 했어야 했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연좌(제) 없는 나라”라고 해준 이준석이 훨씬 어른스럽고 정치인답다.

두 달 전 이준석이 당 대표에 당선된 것도 이런 쿨함과 획기적 변화를 원하는 민심 때문이다. 아무리 윤석열 캠프가 ‘돌고래 대접’을 원한다 해도, 당 안팎 일각에서 30대 당 대표를 가볍게 본다 해도 이준석과 손잡는 시너지 효과 없이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성공하기 어렵다. 이준석이 주도한 대변인 토론배틀 흥행에 놀라고 절박해졌다며 당초 두 번 예정이던 예비경선 TV토론을 9명이 4번이나 해내는 무서운 정당이 집권 더불어민주당이다.

대세는 없다. 이회창 대세론부터 반기문 대세론까지 통계적으로만 봐도 대세론의 80%는 무너졌다. 예비경선토론이든 진짜경선토론이든 윤석열은 어쩐지 불안한 일부 지지층에 조속히, 성실히 답할 책무가 있다. 그래야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대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