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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연 “탁구로 새 세상 만나… 후회 없게 스매싱”

입력 | 2021-08-19 03:00:00

2020 도쿄 패럴림픽 한국 대표팀 본진 45명 출국
일자목 교정위해 주사 치료 받다 대학 새내기때 하반신 마비 장애
탁구채 잡으며 죽음의 유혹 이겨내… 손과 라켓 붕대로 묶어 연습 또 연습
“엄마께 꼭 금메달 걸어드리고 싶어”



2020 도쿄 패럴림픽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서수연이 휠체어를 타고 손목과 라켓을 붕대로 감은 채 탁구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서수연은 장애 후유증으로 악력이 약해져 라켓을 손에 고정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첫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이었던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너무 떨려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했어요.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연습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장애인 탁구 간판 서수연(35·사진)은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했다’는 서수연의 리우 대회 성적은 은메달이었다. 서수연은 당시 TT2등급(숫자가 작을수록 장애가 심함) 여자 단식 결승에서 류징(33·중국)과 세트 스코어 1-1로 맞서다가 1-3으로 패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서수연에게 장애가 찾아온 건 대학 새내기였던 2004년이었다. 슈퍼모델 대회 출전을 준비하던 그는 일자목을 교정하려고 주사 치료를 받다가 척수에 문제가 생겨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서수연은 “주사액이 들어오는 순간 왼팔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튕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담당 의사는 일시적인 마비 증상이라고 했지만 다른 병원에서는 경추 손상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던 서수연에게는 라켓이 새로운 세상 문을 여는 열쇠가 됐다. 서수연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찾아온 상실감과 절망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매일 어떻게 죽을까만 고민했다. 그런데 혼자 힘으로는 죽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면서 “그러다 아버지 지인의 추천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라켓을 잡고 있는 순간에는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 사고 여파로 서수연은 손으로 물건을 집는 데도 애를 먹는다. 이 때문에 서수연은 손과 라켓을 붕대로 묶은 채 2.75g짜리 탁구공을 때리고 또 때렸다. 서수연은 “라켓을 묶은 채 공을 때리면 아무래도 스핀을 넣기가 힘들다. 그래도 연습을 통해 극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랭킹 3위인 서수연은 “지난 5년간 리우 대회 결승전을 곱씹으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다. 그 덕에 살도 많이 빠졌다”고 웃으면서 “똑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에는 꼭 엄마 목에 금메달을 걸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서수연을 비롯해 이번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본진 45명은 이날 출국했다. 한국은 2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 선수 86명, 임원 73명 등 총 159명을 파견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