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16대, 탱크-장갑차도 60여대 항공기 210여대도 모두 넘어간 듯… AP “830억 달러 들인 정부군 붕괴” “현대식 무기 운용능력 없다” 주장엔… “前정부군 위협해 활용 가능” 전망도 백악관 “무기 상당량 탈레반에” 인정… 美협력자 색출 가능한 장비 입수설도
50년 전 미니스커트 입었던 아프간 여성 1972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여성 3명이 미니스커트와 서구식 복장을 입은 채 걸어가고 있다. 197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했던 막대한 양의 무기까지 손에 넣었다. 이 중엔 다목적 전술헬기, 탱크, 드론 등 현대식 군사 장비까지 포함돼 있어 앞으로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20년 동안 830억 달러(약 97조 원)를 들여 조직하고 훈련시킨 아프간 정부군이 순식간에 붕괴되면서 미국이 공급한 화력을 탈레반이 장악했다”며 “미국의 아프간 군사 투자 최종 수혜자가 탈레반이 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항복해 막대한 군비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기가 탈레반에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얘기다.
군사 전문 ‘오릭스 블로그’는 탈레반이 올해 6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아프간 정부군의 헬기 16대(미제 다목적 헬기 블랙호크 UH-60A 4대, 경공격헬기 MD-530F 2대 등)와 드론 6대, 탱크 12대, 장갑차 51대, 대공포 8문, 포 61문, 트럭과 차량 1980대를 노획했다고 밝혔다. 목록은 사진 등으로 드러난 것만 집계한 것으로,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15일 이후 손에 넣은 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 아프간 정부군이 보유 중이던 항공기 211대(지난달 기준)는 거의 전부가 탈레반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가려지는 몸… 사라지는 존재감 예멘 여성 사진작가 부슈라 알무타와켈의 2010년 연작 ‘엄마, 딸, 인형’. 무슬림 모녀와 인형을 소재로 귀와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스카프의 일종)을 쓴 엄마, 아무것도 쓰지 않은 딸이 대조를 이룬다(왼쪽 위). 모녀의 복장이 점차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전신을 가린 ‘차도르’(왼쪽 가운데), 눈만 보이는 ‘니깝’(왼쪽 아래),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가운데 아래)로 바뀐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15일 이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아프간 여성들의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공유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탈레반은 헬기를 비롯한 현대식 무기 조종사나 정비 기술 인력 등 운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영국 텔레그래프는 “탈레반은 우호적인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운용하거나, 가족을 위협해 전 아프간 정부군 조종사를 동원할 수도 있다”고 했다.
탈레반이 미군의 ‘휴대용 신원확인장비(HIIDE)’까지 손에 넣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 언론 인터셉트는 18일 전·현직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탈레반이 파키스탄 정보국의 도움을 받아 장비에서 데이터를 빼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군은 이 장비로 지문, 홍채 등을 스캔해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현지 미군 협력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도 사용해 왔다. 장비 자체에도 데이터가 저장될 수 있는 탓에 탈레반이 이 장비를 미군 협력자를 색출해 내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탈레반이 빼가지 못하게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94억 달러(약 11조 원)의 외환을 보유 중이고, 미국 내에도 수십억 달러가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