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물품대금 8억 추심 명령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받기로 되어 있던 8억5000여만 원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법원이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그동안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일본 기업의 재산 가운데 특허권이나 주식을 압류한 사례가 있지만 채권을 압류하면서 피해자들이 직접 배상을 받도록 추심 명령까지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비시 측이 대법원의 배상금 지급 명령에 계속 응하지 않자 법원이 보다 적극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12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인 엘에스(LS)엠트론 주식회사에 대해 가지는 물품대금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내렸다. 압류된 채권액은 8억5319만 원이다. 2018년 대법원이 양금덕 할머니(92)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해 이들 4명의 손해배상금 3억4000여만 원과 지연손해금, 집행비용 등을 합한 금액이다. 법원의 압류명령에 따라 LS엠트론은 미쓰비시 측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 4명은 2019년 3월 법원으로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재산에 대한 압류명령을 받아냈다. 대전지법은 약 8억400만 원의 가치를 지닌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특허권 6건과 상표권 2건을 압류했다.
하지만 대전지법이 특허권과 상표권에 대한 매각명령은 내리지 않아 피해자들이 이달 초 LS엠트론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해 달라고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신청을 했었다. 징용 전범기업인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도 법원에 압류된 상태로 매각명령 절차만 남은 상태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1억 원 배상 판결을 확정받은 이춘식 씨(96)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9년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압류 및 매각명령을 신청했다.
포항지원 재판부는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사가 가진 주식 19만4749주(액면가 9억7397만 원)를 압류한 뒤 올 1월 주식 가치 감정을 마쳐 매각명령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