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 등 일정 조건 충족땐 분묘기지권 인정 2001년 1월 이후 설치는 인정안해 분묘기지권 있어도 사용료 내야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지인으로부터 충남 소재 1300m² 규모의 농지를 소개받았다. 등기부등본 등 각종 공부(公簿)로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고 현장에 직접 가본 결과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그는 지난해 여름 이 땅을 매입했다.
그런데 올봄 농작물을 심으러 갔다가 매입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분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소문 끝에 분묘의 주인을 찾아 개장(改葬·무덤을 옮김)을 요구했다. 분묘의 주인은 분묘를 설치한 지 20년이 넘어 ‘분묘기지권’이 생겼다며 개장을 거부했다. A 씨는 해당 분묘를 개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토지 소유자일지라도 남의 분묘를 임의로 개장하거나 옮길 수 없다. 남의 땅에 묘를 썼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분묘기지권(남의 땅에 묘를 썼더라도 이를 돌볼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의 존속 기간은 당사자 간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권리자가 분묘를 돌보는 기간 동안은 그 권리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
토지 소유자의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했거나, 분묘를 설치한 지 20년 미만이거나, 20년이 지났더라도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한 경우라면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 토지 소유자가 그 분묘를 개장할 수 있다.
다만 분묘를 개장하기 전에 그 사실을 최소 3개월 전에 분묘의 설치자나 권리자에게 알려야 한다. 분묘의 설치자나 권리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면 개장 사실을 3개월 이상 공고해야 한다. 공고 기간이 끝난 뒤에도 분묘의 설치지나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장한 뒤 화장한 유골을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그 사실을 관할 시청에 신고해야 한다.
A 씨 땅에 있는 분묘는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분묘 설치 시점이 2001년 2월로, 20년 이상 점유를 통해 분묘기지권을 인정받는 시점(2001년 1월 13일) 이후라 A 씨는 해당 분묘를 개장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