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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론징벌법’ 꼼수로 밀어붙인 與의 입법폭주

입력 | 2021-08-20 00:00:00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왼쪽)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보도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5배까지의 징벌적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안을 어제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강행 처리했다.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 8명 전원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등 9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민주당은 법사위 심의를 거쳐 25일 본회의 통과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문체위 상정을 위해 그제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도 김 의원을 내세웠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의석 비율과는 상관없이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해 쟁점법안을 최대 90일간 숙의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실상 여당인 김 의원이 야당 몫이 되면서 쟁점법안이 하루 만에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며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이다.

미국 등 몇몇 나라가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법률이 아니라 판례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이런 나라들은 언론 보도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에 제한적으로 징벌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미 명예훼손죄와 손해배상을 다 인정하고 있다. 손해배상에 징벌적 성격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해 위헌 소지가 크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17일(현지 시간) “언론중재법상의 처벌 기준인 ‘고의·중과실’의 범위와 처벌 대상인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 불명확해 언론의 자기검열을 심화시키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신문협회(WAN)도 앞서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에서는 신문협회 기자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여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5단체가 반대했다. 대한변호사협회까지 반대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언론과 법률가 단체의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초기에 논의되던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을 오히려 5배로 늘렸다. 문제된 기사의 삭제나 정정 보도의 크기는 합의에 맡겨야 하는데도 일률적으로 강제해 편집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짜 뉴스에 제동을 건다며 만든 이 법안의 제재대상에서 정작 가짜 뉴스의 온상지인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는 빠졌다. 1인 미디어의 가짜 뉴스를 걸러낼 전통 언론에 재갈이 물려지는 사이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