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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신스팝이 돌아온다[죽기전 멜로디/이대화]

입력 | 2021-08-20 03:00:00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2019년 ‘Blinding Lights’를 기점으로 언더그라운드에 머물던 1980년대 전자음악이 주류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대화 음악평론가


대중음악사에서 1981년은 중요한 해다. 신스팝, 그러니까 전자음 중심의 팝이 대중화된 결정적 기점이기 때문이다. 이전 전자음악은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현상이라 하기엔 차트 파워가 부족했다. 그러다 1981년 마치 약속한 것처럼 한꺼번에 스타들과 히트곡이 쏟아졌다. 휴먼리그의 ‘Don‘t You Want Me’가 영국과 미국에서 1위, 소프트셀의 ‘Tainted Love’가 영국에서 1위를 거두었다. 듀란듀란, 뉴오더, 디페시모드 같은 세계적인 그룹도 데뷔했다. 오죽하면 ‘제2의 영국 침공’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40주년을 전후로 신스팝이 또 한 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음악계를 리드하는 스타들이 너도나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 최고의 스타인 위켄드가 신곡 ‘Take My Breath’에서 1980년대 신스팝으로 돌아갔다. 지난 ‘After Hours’ 앨범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뒤의 중요한 컴백이란 점에서 그가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작년 내내 차트를 휘저었던 ‘Blinding Lights’에서도 1980년대 전자음악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도 활발하다. 선미가 신곡 ‘You Can’t Sit With Us’에서 신스팝을 시도했다. 남매 듀오 악뮤 역시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 중인 ‘낙하’에서 복고풍 전자음을 활용했다. 케이팝 아이돌 역시 비슷한 전자음을 많이 쓰는 추세다.

신스팝이 부활하는 이유는 첫째, 2010년대 현상이던 EDM의 흥망성쇠와 관련 있다. EDM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줄임말로, 페스티벌과 클럽에서 춤추게 하려고 만든 음악이다. 빠른 비트에 강렬한 사운드를 갖고 있어 록이 물러난 센 음악의 빈자리를 빠르게 대체했다.

그러나 EDM은 클럽에 초점을 두고 진화해왔기 때문에 라디오나 이어폰으로 듣는 일반적인 팝 음악과 섞이기 힘들었다. 매우 훌륭한 팝 퓨전으로 빌보드 상위권에 오른 사례도 있으나 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빌보드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뮤지션들이 EDM의 전자음악 성격을 가져오되 클럽 속성은 빼기로 한 것 아닐까. 이런 의도에 적절한 롤 모델을 제공한 장르가 신스팝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뿌리를 찾다 블루스를 발견하는 것처럼, EDM으로 전자음악의 재미를 알게 된 세대가 신스팝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악기 트렌드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최근 신시사이저 업계 트렌드는 복각이다. 전설의 악기를 그대로 재현해 다시 내놓고 있다. 뮤지션들이 컴퓨터로 작곡하던 방식을 벗어나 손으로 만지는 하드웨어 장비들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고전으로 추앙받는 옛 신시사이저들이다. 워드프로세서에 익숙한 필자들이 연필이나 타자기로 글을 써보고 싶은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분위기가 천천히 퍼지다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1. 신스팝 부활을 결정적으로 촉진한 곡은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다. 빌보드에서 1년 이상 10위에 들며 세기의 히트곡이 됐다. 히트곡은 트렌드를 장악하기 때문에 비슷한 음악을 내면 ‘트렌디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Blinding Lights’ 이후 신스팝을 시도한 곡들이 많이 발표됐다.

#2. 선미는 그동안 전자음을 흔하게 써왔으나 이번 ‘You Can‘t Sit With Us’는 80년대 색깔이 강하다. 그 시절 ‘뿅뿅대는’ 측면을 강조해 복고 콘셉트를 선명히 부각했다. 타깃인 10대와 20대에서 그때의 촌스러움이 오히려 쿨하게 재평가되고 있다. 댄스 음악은 늘 젊은층 트렌드에 민감하다.

#3. 전자음은 오래전부터 혁신과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전자음악 거장들은 과거 음악을 답습하기 싫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 신시사이저를 발견했다. 악뮤의 ‘낙하’는 이러한 전자음악의 도전적인 면모를 변신에 활용했다. 두 사람은 전자음악을 통해 아이들 이미지를 벗고, 편안하고 보편적인 팝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악동뮤지션’에서 ‘악뮤’로 개명한 최근의 방향과 잘 어울리는 신곡이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