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생명으로]〈9〉음주운전보다 무서운 졸음운전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뇌파 측정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 을 시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2016년 7월 17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 대형 관광버스 한 대가 시속 약 90km로 달려오다 1차로에 멈춰있던 차량을 돌진하듯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숨졌고, 버스 승객 등 38명이 다쳤다. 운전사의 졸음운전이 사고 원인이었다. 질주하던 버스가 멈춰 선 승용차를 그대로 들이받는 블랙박스 영상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졸음운전의 경각심을 갖게 하는 대표적인 사고로 남게 됐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는 계속됐다. 2017년 5월에도 봉평터널 인근에서 졸음운전 버스가 차량을 들이받아 4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도 광역버스가 비슷한 사고를 내 2명이 숨졌다.
○ 졸음운전, 만취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아
정부는 졸음운전 사고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냈다. 우선 버스 및 화물차 기사들의 운전 시간 제한 및 휴식시간을 확대하고, 길이 9m 이상 차량에 대한 전방충돌경고 기능 및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의무화했다. 또 ‘졸음 쉼터’ 운영 확대, 안전장치 장착 보조금 지원 등 각종 대책이 나왔다. 졸음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7%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던 운전자가 3초를 졸면 사실상 운전자가 없는 상태로 85m가량 주행하는 것과 같다는 연구도 있다. 한 대형트럭 운전자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아닌 이상, 첨단기술이 있다고 해도 졸음운전 자체를 막지 못하면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졸음 이기려 하지 말고 무조건 쉬어야”
자동차 업계에서는 운전자의 졸음운전 자체를 막아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량이 운전자의 몸 상태를 분석해 졸음운전 여부 및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적절한 경고를 보내 졸음운전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이어셋 형태의 센서를 귀에 착용하면, 귀 주변에 흐르는 뇌파를 감지해 운전자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운전자가 졸거나 주의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좌석 및 핸들 진동, 스피커 음향 등을 통해 경고를 준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혼다, 스바루,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독일 다임러 그룹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운전자의 심박이나 동공 상태 등을 측정해 졸음운전 모니터링을 하거나, 운전자의 신체변화를 분석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사전에 파악해 안전 운전을 돕는 이른바 ‘차량용 헬스케어’ 기술은 상용화를 위한 시험 단계거나, 차량 구매 시 추가 사양(옵션)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승환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센터장은 “북미 등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장착을 법제화하려는 분위기”라며 “기술 개발과 상용화 협업이 축적되면 부주의 운전과 졸음사고 예방 기술이 정착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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