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黃에 친일 거론, 지나쳤다”
이해찬도 “마음 푸시라” 문자-전화… 여권 위기의식에 출구찾기 나서
黃 “울컥했다”… 오늘 거취 밝히기로, 이재명은 관련 질문에 침묵 이어가

與 후보들, 앞다퉈 ‘중소기업 간담회’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9일 각각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임원진 간담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찾았다. 이 지사는 이날 중기중앙회 간담회를 마친 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가까스로 수습되는 양상이다. “‘황교익 리스크’가 여권 전체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섰고, 황 씨와 ‘친일 프레임’ 공방을 벌였던 이낙연 전 대표도 한발 물러났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던 황 씨도 “20일 오전까지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시사했다.
○ 한발 물러선 이낙연, 이해찬도 나서
극단으로 치달았던 이번 사태는 19일 오전부터 해결 수순을 밟았다. 이날 오전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TBS 라디오에서 “이낙연 캠프가 황 씨에게 친일 프레임을 건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씨에게)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일 황 씨를 성토했던 이낙연 캠프도 이날 관련 논평을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에 황 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연미복’ 등을 운운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여권 전체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내부 분란으로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치명상을 입기 전에 이해찬 전 대표가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외곽에서 이 지사를 돕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가 현안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황교익 “거취 결정할 것”
날 선 반응을 쏟아내던 황 씨의 태도도 달라졌다. 황 씨는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 직후 “동지애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처음에는 울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됐다”며 “내일 오전까지 입장을 정리해 올리겠다”고 했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던 황 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면서 여권에서는 “결국 자진 사퇴로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인사권자인 이 지사는 침묵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마주치자 “오늘은 중소기업에 중심을 둬야 해서 미안하다”며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 지사는 16일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뒤에도 기자들이 “황 씨 내정에 다른 후보와 야당의 지적이 있는데 생각을 물어도 되냐”는 질문에 “아니요”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 대신 캠프의 중진인 안민석 의원(5선)이 공개적으로 황 씨의 사퇴를 압박했다.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황 씨가) 억울하겠지만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 용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황 씨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정치 생명을 끊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수류탄이 아니라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며 “‘황교익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에게 굉장히 부담이 되는 것이고,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