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동창생인 친구를 상습 폭행하고 고문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 20대 남성 중 한 명이 첫 재판 전날까지 9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첫 재판에서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면서 반성문만 9번을 제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감형을 받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 등 혐의를 받는 김모(20)씨는 기소 이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특히 김씨는 재판을 앞둔 이달 들어 부쩍 반성문을 많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두 번째 반성문을 작성한 뒤 4일까지 연속으로 매일 반성문을 썼고 이후 9일, 11일, 13일, 18일에도 반성문을 제출했다. 김씨는 첫 재판 전날인 지난 18일에는 하루에 반성문을 2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한 김씨와 같은 혐의를 받는 안씨는 정작 첫 재판에서는 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전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 심리로 열린 1차 공판기일에서 김씨와 안씨 측 변호인들은 다른 혐의들은 인정했지만 보복 목적에 따른 살인 및 감금죄 등은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주요 사인이 영양실조와 폐렴인 만큼 직접적인 외상이 사망 원인이 아니고 가혹 행위와 박씨의 사망 사이의 관련성이 없다고도 했다.
이들 변호인은 ‘박씨의 상태가 안 좋아지자 관련 증상을 검색했고 (사망 후) 119에 직접 신고하기도 했다’며 ‘보복 목적에 따른 살인으로 볼 수 없고 살인의 고의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양형기준 상 보복살인은 ‘비난 동기 살인’으로 분류돼 기본 15~20년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가중처벌 시 18년 이상에서 무기징역 이상도 받을 수 있다.
변호인들은 또 전날 재판에서 김씨와 안씨의 지능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재판부에 지능조사와 심리검사 등을 요청했다. 안씨 측 변호인은 아울러 범행 당시 김씨와 안씨의 사이가 지배적인 관계에 있었는지, 이 부분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 사건은 이전까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대학생들이 동창생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김씨와 안씨는 지난 4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피해자 박모(20)씨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폭행하고 고문을 가해 폐렴, 영양실조 등으로 인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오피스텔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안씨에게 음악 작업실로 쓰라며 그의 부모가 얻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