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손병호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국토 종주 성공에 이어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사진은 병원 구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손 교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촬영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이런 행동들이 건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 종목을 지속적으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끔 테니스나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시큰거릴 때도 있었다. 평소 관리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긴 것.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환자는 너무 많았다. 학회 일도 챙겨야 했고 연구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의사이니 으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손 교수는 환자 진료와 연구를 모든 일의 1순위로 뒀다. 그래서일까.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손 교수의 연구실 벽면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낸 감사 편지로 도배돼 있다.
● 자전거 입문
건강관리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처음에는 초보자를 위한, 이른바 ‘입문용’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는 장만했지만 매주 탈 수도 없었다. 주말에도 밀린 일이 많아 시간이 나지 않았던 것. 평균 2주마다 자전거를 끌고 한강변으로 나갔다. 동호회 회원들이 연락이 닿으면 함께 즐겼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래도 좋았다.
사실 처음부터 운동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경기 남양주 팔당까지 약 25km의 거리를 가는 데 처음에는 약 2시간이 걸렸다. 평지야 문제없었지만 몇 단계로 오르막 경사가 있는 곳은 제대로 오를 수도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1시간~1시간 반 이내로 주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나마 잠실에서 서쪽으로 한강변을 달릴 때는 똑같은 25km라도 평지여서 1시간 반이 걸리지 않았다.
● 국토 종주 도전
손병호 교수 제공
그때부터 실전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시작했다. 우선 체력을 키워야 했다. 주행 거리를 늘렸다. 주말만 되면 자전거를 끌고 한강변으로 갔다. 그 전에는 잠실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후 돌아올 때는 버스나 전철을 탔다. 이때부터는 돌아올 때도 자전거를 탔다. 주행 거리를 50km로 늘린 것. 이런 훈련 끝에 얼마 후에는 80km까지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됐다.
국토 종주에 나서기 한 달 전, 리허설 용도로 충북 충주까지 가 보기로 했다. 낮 12시 서울을 출발했다. 충주에 도착하니 오후 9시 50분. 약 180km를 달렸더니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 그래서였을까. 돌아오는 길에 동료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나머지 동료 한 명도 얼마 후 체력 보강을 위해 달리던 중 다쳤다.
계속 뇌리에 남았다. 반드시 성사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 올해 3월 안식월이 예정돼 있었다. 병원 업무와 환자 진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파트너를 다시 구했다.
3월 17일 오전 7시경 인천 아라서해갑문을 출발했다. 충주, 상주, 구미, 합천, 창녕을 거쳐 낙동강하굿둑까지 총 633km의 거리. 3박 4일 만인 3월 20일 오후 5시에 도착했다. 마침내 국토 종주의 꿈을 이뤘다.
● ‘코로나 사태’ 이후 자전거 출퇴근
허벅지 근력이 강해지니 자주 계단을 오른다. 연구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 오르기가 전혀 힘들지 않다. 전체적으로 체력도 좋아졌다. 덕분에 수술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루 종일 수술을 한 날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요즘 손 교수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대략 20~30분이 소요된다. 그 출근 시간이 손 교수는 너무 즐겁다. 손 교수는 “한강변만큼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이 없다. 주변 풍광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출퇴근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내린 선택이다. 모임과 회식이 확 줄었다. 그 시간을 건강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한 것. 사실 국토 종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전거와 친숙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요즘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주말 자전거를 탄다. 팔당을 넘어 더 먼 곳까지도 종종 간다.
손 교수는 아직도 혈당이 조금 높은 편이다. 당뇨병 환자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한 상황.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후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단다. 체중도 살짝 과체중이지만 약간 빠지기는 했다. 손 교수는 “무리하지 않고 지금처럼 자전거 타기를 통해 몸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육체 건강 외에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고 자연과 접하면 마음 건강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라며 웃었다.
손병호 교수는 올해 3월 3박4일 일정으로 국토 종주에 성공했다. 손병호 교수 제공
둘째, 서로 ‘잘 맞는’ 동료를 구해야 한다. 손 교수에 따르면 잘 맞는 동료는 마음만 통하는 동료를 뜻하는 게 아니다. 자전거 실력도 잘 맞아야 한다. 함께 종주하는 팀원 간의 레벨 차이가 많이 나면 한쪽은 처지고, 다른 한쪽은 멀찌감치 가서 기다리는 상황이 속출한다. 이러면 곤란하다는 것.
셋째,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춰야 한다. 손 교수는 20~30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갖출 것을 권했다.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보통 20~30km마다 인증센터가 있다. 그러니까 인증센터와 인증센터 사이에 쉬지 않고 단숨에 갈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
넷째,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한다. 보통 자전거로 종주를 한다면 하루에 평균 140~150km를 달린다. 근력과 심폐지구력이 약하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소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하며 자전거로 평지에서 달릴 경우에도 시속 25km 이상으로 1시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