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아트로드]울릉도 해저 다이빙 체험
여름철 울릉도 바닷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전갱이 떼. 다이버가 천천히 이동하면 가까이 다가와 몸을 감싼다. 수중사진가 박정환, 원용석 강사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바로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이다. 원시림과 기암괴석, 희귀 멸종위기 동식물의 자생지로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이 울릉도를 다녀가지만 대부분 육지 풍경만 보고 돌아간다. 물속에 감춰진 울릉도의 수중세계는 더 넓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8월 초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며 바닷속 세계를 탐험했다.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을 때 “지구의 70%는 물이다. 평생 모르고 지내왔던 70%의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해안 절벽에서 만난 부시리 떼와 춤을
관음 쌍굴. 수중사진가 박정환, 원용석 강사 제공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인 독도와 울릉도는 수심 2000m가 넘는 심해에 둘러싸여 있다. 송곳처럼 생긴 지형의 특성으로 해안선 가까이에도 수심이 깊어 배 타고 5km만 나가도 수심 1000m의 심해에 이른다. 울릉도의 다이빙 포인트는 죽도, 관음도, 공암(코끼리 바위), 대풍감 같은 유명 관광지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해변에 꽂힌 기암괴석과 주상절리(화산재가 기둥 모양으로 굳어 쌓여 있는 암석) 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다.
20, 30m 앞까지 훤히 보이는 시야를 자랑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대형 바닷말류(해조류)인 대황과 감태숲이다. 강릉이나 양양 앞바다에 입수했을 때는 산호와 해조류가 없어 사막화된 하얀색 바위가 많았는데 울릉도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력이 넘치는 원시림 계곡이다. 대황숲은 물고기들이 숨어 살 수 있는 은신처이자 전복, 소라의 먹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해조류이다.
대황숲 사이로 자리돔, 파랑돔, 돌돔, 쥐치, 놀래기, 볼락 같은 물고기 떼가 끊임없이 지나간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물회로 먹는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이 왜 울릉도에 있을까? 북태평양의 구로시오에서 발달해 제주도와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쓰시마난류를 타고 온 자리돔이다. 파랑돔, 줄도화돔 같은 열대성 어류는 겨울이 되면 사라지지만 자리돔은 겨울철에도 울릉도 수중 바위틈에 머문다고 한다.
자리돔과 숨바꼭질하며 물속 계곡을 넘나들다 거대한 부시리 떼를 만났다. 은빛 몸통에 노란색 꼬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부시리. 방어와 더불어 ‘채널A 도시어부’에 자주 나온 물고기를 여기서 만나다니…. 수백 마리의 부시리 떼 사이로 고프로(수중 액션캠)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물고기 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가이드를 맡은 원용석 다이빙 강사(테마스쿠버)는 “수중에서 물고기 떼를 만났을 때 다이버가 그 안에 들어가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가 나를 감싸고 회오리바람처럼 돌며 묘한 질서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 앞에서도 전갱이 떼를 만났다. 수심 15m가량의 물속에서 테트라포드가 마치 미래의 수중도시처럼 펼쳐져 있던 곳에 수천 마리의 전갱이 떼가 놀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내가 전갱이를 따라가면 도망가고, 가만히 있으면 다가와 나를 감싸고…. 물고기와 추었던 ‘밀당’춤은 오랫동안 눈에 선한 여운으로 남았다.
●심해에 핀 해송(海松)과 동굴 탐험
40m 해저에 피어 있는 해송 군락. 수중사진가 박정환, 원용석 강사 제공
죽도의 일명 ‘콧구멍’ 동굴에 들어간 다이버. 수중사진가 박정환, 원용석 강사 제공
울릉도 바닷속에 떠다니는 사람 몸만큼 커다란 해파리. 수중사진가 박정환, 원용석 강사 제공
수중 절벽에 붙어 있는 딸기산호와 부채뿔산호. 수중사진가 박정환, 원용석 강사 제공
QR코드를 스캔하면 울릉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울릉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