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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해군 성추행 가해자, 피해자를 투명인간 취급”… 2차 가해 의혹 사실로

입력 | 2021-08-21 03:00:00

국회에 해군 성추행 조사결과 제출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추행 신고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성 부사관 A 중사에 대한 가해자의 2차 가해 의혹이 군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군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인 B 상사(구속)는 A 중사를 성추행한 5월 27일부터 8월 6일까지 주임상사(입건)로부터 ‘행동 주의’ 조언을 받았다. 사건 당일 A 중사의 최초 피해 보고를 받은 주임상사가 구두로 경고한 것이다.

이후 B 상사는 피해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등 무시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군은 밝혔다. A 중사가 생전에 유족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호소한 가해자의 업무 배제 및 따돌림이 사실임을 군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주임상사가 피해자의 보고 정황을 노출시키는 바람에 A 중사가 두 달 넘게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적인 성추행도 드러났다. B 상사는 민간 식당에서 A 중사의 손금을 봐준다면서 손을 만지는 성추행을 한 뒤 복귀 과정에서도 재차 팔로 목 부위를 감싸는 일명 ‘헤드록’으로 추행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차 가해를 포함한 전 분야를 낱낱이 수사해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A 중사 사망 후 처음 공개석상에 나온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유족분과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야 국방위원들은 질타를 쏟아냈다. “군이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 한다”(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장관 지시를 밑에서 항명한 것이다. 장관 무능 아닌가”(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등 강한 질책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장관이 지시해도 영(令)이 서지 않은 것에 (서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장관 중심의 지휘체계가 무너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아프간 사태와 다를 게 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 장관은 “그렇게 비교할 건 아니다”라면서 “영을 잘 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