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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이 공개됐다면?…이준석-원희룡 ‘설전’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 2021-08-21 07:24:00

© News1 DB


원희룡 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곧 정리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 통화녹음의 적법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음성기록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양측의 대화록을 공개하며 해명했다. 하지만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에게 녹취 파일을 공개하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사태는 ‘녹취록 파동’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통화녹음 행위 자체는 불법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사자간의 대화가 포함될 수 밖에 없는 통화녹음은 국내에서 불법이 아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생산 휴대전화에서 자동통화녹음 기능이 가능한 건 이 때문이다.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의 일부 주, 일본, 영국 등에서도 동의없는 통화녹음이 가능하다. 이례적인 상황은 아닌 셈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거꾸로 말하면 ‘당사자간의 대화 녹음’은 처벌대상이 아니다. 대화자 일방이 상대방과의 대화를 상대방의 동의없이 녹음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실제로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게 아니라는 전제 하에 녹음파일은 여러 재판에서 적법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다. 통화녹음은 아니지만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 및 그 녹취록은 검찰이 최씨의 혐의를 입증할 때 주요 단서로 사용됐다.

다만 녹음한 행위 자체를 형사 처벌할 순 없어도 상대방의 동의없이 녹취한 파일이 상대방에 손해를 끼칠 방향으로 사용됐을 경우엔 그 위법성을 따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가능하다. 녹음파일이 공개되는 등 부적절하게 활용됨으로 인해 본인의 인격권이나 명예가 침해됐다고 생각된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최근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 경우 임 전 부장판사의 녹음 행위 자체를 형사처벌할 순 없다. 그렇지만 녹음 내용이 공개되면서 김 대법원장이 명예가 실추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면 임 전 부장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합법 여부와 별개로 법조계에서는 IT 기술의 발달로 상대방의 동의없이 무분별한 녹취가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자유권이 부당하게 침해받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년 전 통화녹음을 상대방에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체는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공익적 요소 없이 일반적인 사적인 대화를 무분별하게 녹음하는 부분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녹음을 허용하되 녹음된 내용이나 녹음에 대한 동기를 개별적으로 판단했을 때 위법 여부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녹음행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면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누군가와의 대화 중 그 절반은 ‘내 것’이라는 점에서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를 녹음하는게 나를 위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갑질’ 폭로에 있어서 녹음은 약자의 효과적인 방어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희범 변호사는 “본인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녹음을 하거나 해당 녹음파일이 오용됐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내 목소리를 녹음했다고 해서 ‘음성권 침해’라고 주장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